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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미국의 엔진 전문기업 커민스(Cummins)와 건설장비용 엔진 생산 합작법인인 '현대커민스' 설립 계약을 마치고 돌아서는 최병구 사장(건설장비사업본부장)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건설장비에 필요한 엔진을 드디어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굴삭기와 휠로더 건설장비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핵심 부품인 엔진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대구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2만3,500평 부지에 현대커민스가 들어서서 오는 2014년부터 연간 생산능력 5만대 규모로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건설장비 엔진과 전기차 배터리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저장장치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2015년에는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사업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현대커민스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도 지난해 건설장비사업 분야에서만 3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29%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이보다 14% 늘어난 42억달러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성(60ㆍ사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현대커민스 설립을 계기로 건설장비 분야의 세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2016년까지 건설장비 부문에서 매출 91억달러를 달성해 '글로벌 톱3'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신사업을 향한 행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4월 글로벌 톱5 자동차 부품 회사인 캐나다의 매그너사와 함께 총 2억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공동 개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설립할 생산공장은 이르면 2014년부터 연간 1만팩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을 바탕으로 풍력ㆍ태양광 사업과 연관된 전력 저장장치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전력 저장장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생산된 전력을 미리 저장해 날씨 상태에 따라 변동이 심한 발전량을 매 시각 유동적인 소비량에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풍력ㆍ태양광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야가 글로벌 경영 체제 구축이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중국 휠로더 공장과 미국 변압기 공장을 잇달아 설립했고 올해는 브라질과 러시아에 각각 건설장비와 고압차단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차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의 기술 개발과 신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심해저 플랜트 기술 개발에 나서 유럽과 미국 등 몇몇 선진업체가 과점을 형성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7월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 플랜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1월 국내 최초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LNG-FPSO) 독자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창사 40주년인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등을 통해 2015년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럽 재정 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선박 수주가 크게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부담이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조선사업부의 수익성 하락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플랜트ㆍ해양ㆍ전기전자 사업부의 수익성이 지난 2ㆍ4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성권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2ㆍ4분기 2.6%까지 하락했던 영업이익률은 유가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3ㆍ4분기 4.2%, 4ㆍ4분기 4.3%로 상승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대형 해양 생산설비와 육상 플랜트 수주 소식이 이어지며 실적과 수주 모멘텀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오 연구원은 "2ㆍ4분기 실적 악화와 상선 수주 부진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코스피지수를 밑돌았고 조선 3사 중에서도 가장 부진했다"며 "그러나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으로 저평가 매력이 충분해 신규 수주 기대감이 확산되면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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