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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제2건국과 신세기
입력1999-04-21 00:00:00
수정
1999.04.21 00:00:00
처음에는 단순하게 보였던 결정이 나중에 보면 역사를 바꾼 엄청난 결정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얼마전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20세기에 역사를 바꾼 결정 75선을 보면 이를 새삼 느끼게 한다.포천지 선정 20세기 역사적 결정 1위는 1928년 월트 디즈니가 부인 릴리의 조언을 받아들여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생쥐의 이름을 「모티머」가 아닌 「미키」로 바꾼 것. 2위는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1780년대 주불대사로 있으면서 숙련공의 미국이민을 주선한 일이었고, 3위는 도요타가 2차대전후 미 통계학자 말을 받아들여 질경영에 나선 것이 뽑혔다.
1위와 2, 3위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자면 기술적·질적 변화보다 인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광복이후 한국 경제의 역사를 바꾼 것은 무엇일까. 월남 파병, 중동건설시장 진출, 중화학공업 육성, 관치금융과 재벌체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것들은 당시로 봐서는 나름대로 현명한 결정들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단명의 결정들이었다고 하겠다. 양적 팽창에 치중한 밀어붙이기식 결정들은 비정상적인 도약을 야기해 결국 반 세기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97년말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으면서 사상누각 경제를 절감하지 않았던가.
새로 들어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외자유치와 기업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활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기술적·질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세계 경제 역사를 바꾼 2, 3위의 길을 이제야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1세기의 비전이 일류국가 건설에 있다면 외자유치와 기업체질 개선에 앞서 각 경제주체와 국민의 의식이 바뀌고 잘못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즉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새정부가 「제2 건국」운동을 제창했지만 이 운동은 추진체계의 엉성함과 정치적 시비 등으로 말미암아 빛이 바래고 말았다. 「제2 건국」운동은 시쳇말로 「김이 샌」 운동이다. 김 빠진 맥주를 아무리 흔들어 봐야 잠시 뿐이고 맛은 결코 살아나지 않는다.
정부는 또 얼마전 새천년위원회를 만들었다. 준비위원 20명의 평균연령이 60.5세이고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한 사람도 없다. 노령층의 경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새 천년은 커녕, 21세기의 반도 채우지 못할 사람들로 몽땅 채운 위원회가 어떤 획기적인 발상을 할지 솔직히 의문이다.
「모티머」를 「미키」로 바꾼 결정은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결과는 역사를 바꾼 제 1의 사건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결정을 즉각 바로 잡은 것이 디즈니 성공신화의 비결이다. 미키는 사람들의 뇌리에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인기를 확실하게 잡았다.
혼돈과 오해로 점철된 「제2 건국 운동」도 과감히 이름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명나는 사회, 세계화된 기업,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신세기 운동」은 어떨까.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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