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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의미/이상수 국회의원(로터리)

또다시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똑같게 주어진 한해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사용한 사람에 따라 양과 질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 왔다가 흘러가 버리는 객관적인 시간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가 없는 허무한 흐름일 뿐이다. 인간의 주체성과 분리된 동토위를 지나는 강물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주관적 시간에는 인간의 애환이 숨쉬고 인간의 창조성이 농축되어 있다. 인간의 생의 가치도 그가 보낸 이 주관적 시간의 양과 질에 의해 평가된다. 영국의 고고학자 카터는 이집트에서 미라를 발굴하면서 이 시간의 주관성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카터는 도굴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된 18세의 젊은 왕 투탕카멘의 묘를 발굴하게 된다. 세 겹의 황금관속에 잠들어 있는 젊은 왕의 순금마스크 위에 놓인 한 묶음의 꽃다발을 보았을 때 그는 예술적 감동 이상의 깊은 법열을 느낀다. 그 꽃다발은 청상과부가 된 나이어린 왕비가 남편에게 바친 마지막 작별의 선물이었는데 잘 보존되어 3천년이 지났는데도 불과 이틀전에 놓고간 꽃다발처럼 보였던 것이다. 무수한 부장품을 발견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진한 감동이 그를 불가사의의 외경감으로 몰고 갔다. 그 꽃다발은 3천년의 장구한 세월도 느끼기에 따라서 얼마나 짧은 순간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천년의 세월도 지나간 어제와 같다고 시편은 노래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편 순간의 극점에서 영원의 무한성을 찾고자 한다. 자신이 찾고자 한 순간을 위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는 「멈췄다」고 외친 순간속에서 영원을 보았다고 할까. 시간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무한정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다. 시간의 길이와 밀도, 그 다채로움은 전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흔히 시간에도 생명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현자를 만나면 그 생명이 연장되지만, 게으른 우자와 만나면 그냥 망각의 늪으로 흘러가 버릴 뿐이다. 객관적인 시간은 처음과 끝이 없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 흐름을 잘라내어 처음과 끝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출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출발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도전으로, 용기이자 희망이다. 과거의 타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만이 갖는 위대함이다. 또다시 한 해를 맞는 시작의 문턱에 서서 내년만은 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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