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서울 및 수도권 영업점 재배치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점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농협은행의 인식이지만 기존 단위농협들과 영업권이 겹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초부터 전략기획부에서 서울 및 수도권 영업점 재배치 사업을 올해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수도권 영업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올해 수도권 점포의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점포개설부에서 추진하던 업무를 연초 전략기획부로 이관한 것도 사업 추진에 대한 신 행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농협은행은 전국적으로 1,181개의 점포망을 갖고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영업점 수는 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서울에 400곳 안팎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농협은행은 200여곳에 불과하다.
수도권 영업점 경쟁력 확보 전략은 신규 지점 개설 및 기존 점포에 대한 일종의 구조조정안도 포함하고 있다. 적자점포는 폐쇄하고 기존 영업점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영업점 위치를 옮긴다는 게 대략적인 계획이다.
하지만 농협은 수도권 영업점 재배치를 위한 밑그림조차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전국은 물론 수도권에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점포를 운영 중인 단위농협들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위농협과 농협은행은 금융점포 개설시 영업권역 중복을 막기 위해 거리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시나 시 지역은 400m, 군 지역은 500m 이내에 단위농협이나 농협은행의 기존 점포가 있을 경우 추가로 신규 점포를 개설할 수 없다.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에만 단위농협들의 금융점포가 1,153개에 달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전국 영업점을 모두 합친 숫자와 맞먹는다. 거리제한 때문에 농협은행이 신규 점포를 개설하거나 영업점을 재배치할 장소를 발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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