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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군사기밀' 때문에 '부실배상' 받아
입력2006-03-23 06:48:03
수정
2006.03.23 06:48:03
"고가물 운송계약시 정확히 알려야 제대로 배상"
고가의 군용장비를 운송하던 화물선이 좌초되면서 장비가 크게 훼손됐지만 운송을 의뢰한 군부대가 `군사기밀'을 이유로 장비의 내역을 자세히 알리지 않아 손해를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게 됐다.
국군 모 부대는 2003년 11월 말 연평도∼인천 간 화물선에 방송 및 전파 송수신용 군용장비가 탑재된 1.25t 군용차량 1대를 운송해 달라고 의뢰했다.
부대측은 운임 10만5천원을 지급했고 화물선 운영회사는 여객 99명과 군 장비를포함해 차량 20여대를 태우고 오전 10시께 대연평도에서 출항했다.
화물선이 30분 뒤 소연평도에 가까워질 즈음 파고가 2m로 높이 일면서 초속 14m의 돌풍이 부는 등 기상이 악화됐지만 화물선은 무리하게 접안을 강행, 선체가 30도 가량 기울면서 선박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선장은 11시께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선박을 움직이려고 시도했지만 선체는 오히려 더 기울어졌고 오후 3시께 만조가 되면서 바닷물이 유입돼 선박은 서서히침수되다가 오후 7시께가 돼서야 무사히 예인됐다.
이 과정에서 6억원대의 군용장비도 침수돼 장비 구성품 중 컴퓨터ㆍ스펙트럼 분석기 등 일부는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고 신호발생기ㆍ안테나 등 일부는 성능저하 피해를 입자 부대측은 운송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이 "피고는 원고의 장비를 목적지까지 운송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2천17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판결하자 부대측은 배상액이 너무 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21부(이동명 부장판사)는 23일 국가가 화물운수업체 J사를 상대로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법에는 고가물 운송 위탁시 종류와 가액을 명시한 경우에 한해 운송인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 운송물의 종류는 고가물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명시해야 하고 가액은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고가물은 일반 운송물에 비해 멸실ㆍ훼손의 위험이 크고 손해가발생하면 거액이어서 위탁자가 이를 명시하지 않은 채 손해가 발생할 경우 운송인에게 고액의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취지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측이 고가의 특수장비를 탑재한 차량이라는 사실만 알렸고 장비의 종류와 가액은 군사기밀이어서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다며 아무 고지를 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는 손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 한도가 너무 막연해 원고가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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