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8일 열렸던 금융위 정례회의 당시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수시'로 하기 위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의 신뢰도를 높여 서민금융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당국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융위도 저축은행 대주주들에 대한 수시 적격 심사의 필요성은 진즉부터 인식해왔다.
6월 정례회의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즉시 심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규정은 정기심사만 규정하고 있다"면서 "은행법은 수시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수시 검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백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에는 즉시 조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2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정기심사 때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저축은행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두 달여가 흐른 현재까지도 법 개정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국회통과 등 법 개정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두 달 이상 걸리지만 아직까지 개정 요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실무진이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법 개정을 위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법 개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저축은행 대주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시 심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금융감독원 등에 어느 정도 면죄부가 주어진다. 하지만 법이 개정돼 수시로 적격 심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미리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 금감원 내에서도 법이 개정돼도 제한된 인력으로 수백여명의 저축은행 대주주들을 상시 감시하고 문제 징후를 미리 포착해 검사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모양새는 갖출 수 있지만 과도한 책임만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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