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시장 실태

정부와 한국은행의 금리와 외환 정책이 시장과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면서 정책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정부부처와 한은 사이에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그래서 무리수가 두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문제는 정책신뢰도 상실은 정책효율성 저하를 낳고 긍극적으로 정책과 시장의 실패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점. 정책신뢰도 추락은 가뜩이나 현안이 산적해 있고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국 스스로 실패를 초래하고 있는 시장 현실을 짚어본다. 환율 "지나친 개입" 급락세 못잡아
시장 참가자 반목에 최악 구도 "냉·온탕정책 기업 감기 걸릴판"
환율시장이 최악의 구도로 빠져들고 있다.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이 반목하고 방어비용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환율 급락세는 진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체질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모든 게 당국과 시장의 신뢰에 금이 생긴 탓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당국을 불신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올초까지 이어진 외환당국의 연속된 무리수에 기인한다. 지난해 9월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외환당국은 역외선물환(NDF)시장에 직접 개입한다. 주요국 정부나 중앙은행으로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파격이었다. 연초에 다시 환율이 빠지자 정부는 외국환은행의 외환포지션의 매도ㆍ매수 규제를 추가한다. 연속된 초강수 속에 정부를 믿고 따랐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손해를 맛봤다. 부작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 최소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매매손이 발생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겁을 먹었는지 이후 당국의 시장개입 빈도는 현저하게 약해지고 환율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있다. 외환당국이 하루 2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개입에 들어가도 약발은 단 하루에 그칠 정도다. 시장이 내성과 불신에 빠져버린 결과다. 오랫동안 외환업무를 담당한 후 국제금융기관에서 일했던 한 고위공무원은 “외환정책을 하다 보면 거액의 매매손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문제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구축한 시장과의 신뢰가 깨지면 정책의 근간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환율이 크게 떨어질 때마다 ‘구원’의 손길을 보내준 당국에 길들여져 환헤지를 더욱 소홀히 하게 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한 기업인은 최근 환율이 크게 떨어지자 “외환당국에서 적어도 1,140원대에서 방어해줄 것으로 기대해 그 밑으로는 환율 헤지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당혹해했다. 과거 과도한 개입에서 최근 급격히 개입 강도가 약해지자 시장이 크게 당황, 달러 매물을 쏟아내면서 원ㆍ달러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달러당 1,140원선이 무너지자 수출업체들은 패닉현상을 보이며 너도 나도 달러 팔기에 나섰다. 윤창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잘될 때 환율방어를 통해 수출이 더 잘되도록 하는 바람에 막상 수출부진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 와서는 환율절상의 충격이 더욱 커져버렸다”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당국의 환율정책으로 냉기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감기에 걸릴 판”이라고 꼬집었다. 금리-韓銀 갈지자 행보…실효성 타격
예상 깬 기습 인하·동결 잇따라 전문가 '분석·전망 어렵다" 토로
'8월 동결 예상을 깬 기습 인하, 10월 인하 예상을 뒤집은 동결, 11월 동결 예상을 뒤엎은 전격 인하….' 한국은행의 갈지자 행보에 시장이 헷갈려하고 있다. 통화정책 신뢰성이 훼손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콜금리 인하는 최근 한은이 내놓은 보고서나 발언들과는 정면 배치되는 결과여서 시장의 당혹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한은은 금리인하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개선, 투자 촉진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는가 하면 재정경제부의 금리인하 압력에 대해서도 '노이즈(noise)'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채권시장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일부 인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최근 한은 보고서 등의 기조를 봤을 때 적어도 11월은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한은이 스스로의 말을 뒤집은 셈이어서 통화당국으로서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한은의 발언도 믿기 어렵게 됐다"며 "분석과 전망의 근거를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혹자의 말대로 금융통화위원들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는 데 치중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의 경우 박승 한은 총재의 발언대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된 깜짝 정책', 10월은 과열된 채권시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서 그나마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달 금리 결정은 한은 내부에서조차 조꼭?이뤄지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나온 조치여서 시장이 입은 타격과 당혹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화정책의 실효성은 시장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질 때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지난해 7월 금리인하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한은은 경기부진을 우려, 5월에 이어 0.25%포인트(4.0→3.75%)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더이상의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시중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7월 4.37%를 기록했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8월 들어 4.62%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책당국과 시장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의도와는 정반대의 엉뚱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부동산-집값 떨어?봐嗤?경착륙 역효과 우려
잇따른 투기억제책 발표에 주택시장은 이미 거래마비
지난해 '10ㆍ29 종합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택거래신고제를 비롯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종합부동산세 등 투기억제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정부 의도대로 집값은 떨어졌지만 실제 급격한 수요위축으로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투기를 잡으려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는 역효과를 볼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건설경기가 꺾어지면서 정부가 연착륙 대책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것도 시장의 신뢰를 잃게 한 요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이미 거래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상반기 서울 강남, 분당 지역의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이후 거래급감 현상이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지난 3ㆍ4분기 아파트 거래량(3만253건)은 지난 2000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 지역 중개업소들마저 거래가 마비되면서 줄폐업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안정대책의 효과가 누적되면서 시장침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깊어질수록 건설경기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사실상 연착륙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투기수요가 집중되는 주택의 거래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부동산정책으로 가격이 하락해도 보유자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고 실수요자도 주택을 매입할 수 없는 현상이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부담을 늘리는 위주의 안정대책은 부동산 부자들이 자산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반면 실수요자나 중ㆍ서민층들은 세부담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크게 감소, 결국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수요 진작이 부동산경기 회복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 부동산 규제를 적정 시기에 완화해 안정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