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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회장 1주기] (상)경영권분쟁 끝났나

현대그룹 상처뿐인 승리… 현대가 화해여부 주목

오는 4일이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된다. 작년 여름날 아침에 느닷없이 전해진 현대그룹 총수의 자살 소식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 후 현대그룹은 경영권 다툼 등 시련을 겪었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몽헌 회장 사후 그가 이끌었던 현대그룹과 대북사업의 현황과 미래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부터 현대는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혹독한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KCC의 현대그룹 접수 선언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약 8개월동안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수차례의 반전을 거듭한 끝에 지난 3월말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정몽헌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측의 완승으로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조카며느리와 시삼촌간의 싸움으로 대변됐던 이 경영권 분쟁은 양쪽 모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줬고 KCC가 여전히 약 22%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범 현대가 계열사들이 끝까지 침묵을 지킨 가운데 현대가는 2000년 `왕자의 난'에 이어 또한번 가족분쟁에 휩싸이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최근 양측이 분쟁의 발단이었던 금강종합건설의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매입분 8만주에 대한 법원조정에 합의, `구원'(舊怨) 해소의 첫 단추를 풀면서 1주기를 앞둔 지금, 현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화해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KCC, `상처뿐인 분쟁' =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 미국계인 GMO펀드가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취득, 적대적 M&A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상영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을 외국 자본으로 지켜낼 `구원군'으로 등장했다. 한국프랜지와 금강종합건설, 울산화학,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9곳과 협의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를 사들여 현대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그는 현회장의 상속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점령군'으로 모습을 바꿨고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 등을 통해 비밀리에 지분을 대량 매입, 지난해 11월 14일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 매집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21일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한 현정은 회장은 그룹 사수 의지를 천명했고 비록 이후KCC의 가처분 신청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국민주 공모를 통한 국민기업화 방침 등을 전면에 내세워 KCC측에 정면으로 맞섰다. 자금 여력 측면에서 현대와 KCC는 `다윗'과 `골리앗' 격이었지만 KCC는 `삼촌이 조카 그룹을 삼키려한다'는 비난여론에 더해 `5%룰' 위반로 지난 2월11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분 20.78%에 대한 처분명령 결정을 받으면서 열세에 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에 대안 `맹공'으로 극심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져만 갔고 대주주간 경영권 다툼으로 소액주주 피해와 기업의 대외 이미지악화만 초래됐다는 부정적 인식도 확산됐다. KCC는 처분명령 이후 공개매수 방침 발표와 현대상선 분식회계 의혹 제기, 경영권 조건부 포기 선언 등의 배수진으로 막판 재기를 노렸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있던 범현대가가 중립을 지키면서 결국 패배를 맞게 됐다. 범현대가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을 앞두고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을 중재역으로 천거, 화해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현대는 분쟁 초기 `가신그룹'의 계열사 사장단 일부가 이탈 조짐을 보이는 등 이상기류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KCC의 공격이 본격화되면서 현회장을 중심으로 뭉쳐그룹을 지켜냈다. KCC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가 현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 여사인 점 등을 들어 현대가 `정씨'에서 `김씨'가문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명분과 대북사업 등 정통성면에서 현대에 밀리고 말았다. 한편 현대가는 지난 2000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 등 형제간 다툼으로 대변된 `왕자의 난'에 이어 또다시 가족분쟁에 휩싸이는 수난사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영권 안정 도모..양측 화해는 언제 = 현대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 직후인 지난 3월31일 자사주 취득을 결의, 지난 달 16일까지 약 253억원을 들여 자사주 70만5천880주(9.9%)에 대한 장내 매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더해 현회장측은 약간의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 현재 대주주인 김문희여사19.4%, 현대증권 4.99%, 현정은 회장 3.92%, 자사주 지분 11.35% 등 총 41.20%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정권내에 들게 된 셈이다. 이와 함께 현대는 지난 6월 초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중간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의 자사주 1천236만6천40주(12%) 전량을 우호세력인 홍콩의 허치슨왐포아사에 매각,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은 아산, 택배, 증권 등 나머지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정 명예회장측은 주총 완패를 인정하면서 "남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처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처분명령 지분 이외의 22.02%는 계속 보유하고 있다. KCC측은 원칙적으로 연내 처분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가격이 맞지않아 팔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때문에 `KCC 재기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총 때 중립을 표방했던 범현대가 지분 15.41%까지 합하면 KCC측 우호지분은 여전히 37.43%까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KCC가 지분을 완전히 팔지 않는 한 현대가 100%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와중에 양측이 지난 달 11일 분쟁의 발단이 됐던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8만주를 둘러싼 소송에서 현대가 계약매매대금과 합의금을 주고 지분을 되찾는 쪽으로 조정에 합의, 화해를 위한 첫단추를 푼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몽헌 회장 1주기를 앞두고 현회장과 정명예회장이 자연스레 만나 그간의 앙금을 씻을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별다른 화해의 움직임이 없었던데다 감정의 골이 워낙 깊게 패였던 점 등을 들어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의 화해는 단순히 KCC가 지분을 처분하느냐 마느냐 보다 현회장과 정명예회장이 조카며느리와 시삼촌이라는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느냐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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