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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인사 코드 바뀐다

관피아 벗어나 내부승진·민간전문가 약진

한전KDN·항만公·남부발전… 교수·내부출신 등 빈자리 꿰차

정피아·교피아 상대적 득세 우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KDN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임수경 전 KT 전무를 선임했다. 전력 공기업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로 진행된 이번 절차에서 총 6명의 사장 후보자 가운데 관료 출신은 아예 없었고 모두 내부와 민간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공식이 바뀌고 있다.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투입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부 승진과 외부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거세진 '관(官)피아' 논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료들의 빈자리를 대신 교수나 정치권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임기가 만료된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에 내부 인사와 민간 출신 외부 전문가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던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울산항만공사 사장에 강종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를, 인천항만공사 사장에는 유창근 전 현대상선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강 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울산항만공사 비상임감사로 활동했고 울산항포럼의 초대회장을 맡았다. 유 사장도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해양 물류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산하기관만 41개에 달해 '공룡 부처'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관장 선임과정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한국남부발전은 내부 출신인 김태우 전 기술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총 18명의 사장 지원자 가운데 최종 후보군에 오른 3명 모두 내부 지원자였다. 최근 신임 이사장이 취임한 광해관리공단은 민간 출신인 김익환 전 서울메트로 사장, 한국표준협회 신임 회장은 협회 최초로 비관료 출신 인사인 백수현 동국대 석좌교수가 각각 선임됐다.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종대 현 한국감정원장의 사임으로 무려 10개월간 공석이었던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신임 사장으로 김재천 부사장을 임명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는 최원목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이 내정됐다가 관피아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김 신임 사장은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지만 지난 2년간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기술공사도 2011년 모회사인 가스공사 부사장을 지낸 이석순 사장을 최근 선임했다. 최근 3년의 임기를 마친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임기가 1년 연장됐다.

현재 공공기관 수십 곳의 기관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큰 폭의 기관장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부 승진과 민간출신 전문가들의 약진이 더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한쪽에서는 관피아를 피하려다 정치색이 강한 교피아나 정피아가 득세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관련 지식이 풍부한 내부 출신이나 민간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은 조직 내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다만 관료들의 자리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대신 꿰찰 수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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