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노릇을 할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마무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치열한 다툼에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이 적었던 게 취약점이었던 만큼 지분율 증대가 핵심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식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배구조 관련 법안의 처리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최우선 목표는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일자 구조로 단순화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4.06%를 지배,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한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에 보유할 4.8%대 지분을 정리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고 통합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19.3%를 정리하는 문제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여부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면서 굳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생명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삼성전자 지분 3.38%만 상속하고 이에 대한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 남매는 19.1%에 달하는 삼성SDS 보유지분을 팔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삼성전자 홀딩스)로 나눈 뒤 홀딩스 주식과 오너 일가의 SDS 지분을 교환(스와프)해 삼성전자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하지 못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정리하고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물론 삼성생명 지분 20.76%까지 상속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문제는 50%에 해당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남매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생명 지분을 합쳐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삼성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고 현상 유지를 선택하면서 상속세를 최대한 내지 않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삼성문화재단·삼성공익재단 등 이 부회장이 이사장직을 승계한 재단들에 이 회장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피하는 방안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삼성 측은 편법이라는 논란 때문에 이러한 방안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삼성이 실질적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게 되면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합병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최대 3% 이상 높일 수 있어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최종 마무리는 결국 지주사로 전환하느냐 여부"라면서 "중간금융지주법 통과 등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삼성이 택할 방식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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