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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망국 나이지리아
입력2003-10-28 00:00:00
수정
2003.10.28 00:00:00
검은 대륙 `아프리카` 하면 풍토병, 정치적 혼란, 빈곤과 기아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우선 떠오른다. 그중 나이지리아에 대해서는 `세계 제6대 산유국으로서 국가는 부유하지만 군정독재와 부패로 국민은 가난한 모순을 가진 나라`라는 오래된 피상적인 선입견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세계화`라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명제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나이지리아는 60년 독립 이후 최초로 민주정부가 주관하는 선거를 치러냈다. 일부 서방 언론들은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부정 시비를 부각시켜 보도했지만 폭력사태와 반목으로 얼룩진 전례를 고려할 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평화적으로 이뤄진 이번 선거는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몇 세대라는 단기간에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필연적으로 따르는 수많은 착오와 시련을 겪어본 우리 같은 나라들에는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또 나이지리아가 인구 1억5,000만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최대의 민주국가로 부상하는 첫 단추가 되리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토착화와 함께 시장경제라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인 `라고스`는 부동산가격이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내에는 2개 이상의 휴대폰을 소지한 비즈니스맨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에어컨ㆍ냉장고ㆍTV를 비롯해 한국 생산 가전제품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한국산 자동차들도 흔히 눈에 띈다. 휴대폰, 자동차 부품, 자수 직물의 수출전망이 밝다. 섬유ㆍ봉제 등도 유망 진출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교역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이 하나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돼가듯이 이곳 서부 아프리카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라는 인구 2억5,000만명의 큰 단일 시장으로 통합됐다. 그리고 나이지리아가 그 중심축이 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이미 나이지리아를 과거와 같이 단순한 원조나 지원 대상국이 아닌 하나의 교역 및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0년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 촉진법을 제정해 나이지리아를 일반관세 특혜상의 수혜 대상국으로 지정, 섬유ㆍ봉제 제품을 비관세ㆍ무쿼터로 수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이제 원조가 아니라 교역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끊임없이 판로와 투자 적지를 모색하는 우리 기업들에 이러한 아프리카의 변화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이제 투자의 관점에서 나이지리아는 서부 아프리카 전체,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들의 시장진입을 위한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세계화로 인해 지리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 과거 먼 이웃에 불과했던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과 시각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원조 대상국, 기아ㆍ빈곤에만 허덕이는 지구의 저편이 아니라 새로운 교역 파트너 및 투자 대상지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많은 나이지리아의 지식인과 관료들 사이에 단기간에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이뤄낸 우리나라를 배워야 한다는 우호적 시각이 있는 만큼 이러한 파트너십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달 초 한국의 민관 합동 플랜트 수주단이 나이지리아를 방문,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이곳 정부 관계인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물론 아프리카 진출에는 풍토병, 국제사기, 불안한 치안이라는 변수가 아직 내재돼 있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직접투자에 있어서도 현 오바산조 행정부의 해외자본 유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력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며 통신 및 법규 등 인프라가 미비한 점도 있다. 그러나 위험이 크면 클수록 그 대가도 크다는 공식이 여기서도 성립한다. 냉정하고 새로운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전이라면 이곳 나이지리아가 제공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신웅(주나이지리아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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