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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費 인상에는 한 목소리

국회의 권능(權能)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권과 예산안 심의권이다. 특히 예산안 심의권은 다음해 나라살림 규모의 적정 여부를 따지는 권한으로 국회는 예산안 심의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도 가진다. 따라서 의회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각국이 예산안 심의를 정기국회 회기 중에 넣고 있는 것도 그만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제대로 심의된 적이 없다. 90년 이후에만도 예산안이 법정기일인 12월2일을 지켜 통과된 것은 세번밖에 없을 정도다.올해도 예산안 처리의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모두 그동안 소모적인 정쟁(政爭)에만 몰두하느라 총92조9,000억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는 눈도 돌리지 못했다. 벌써 야당에서는 예산안의 법정기일 내 처리를 반대하는 당론(黨論)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예산안이 법정기일 내에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산안이 번번이 정쟁의 「볼모」가 돼 제대로 심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 헌정(憲政) 사상 여야가 정밀한 예산심의를 위해 불가피하게 시한을 넘긴 적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놀고 먹으면서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의원들의 내년도 세비를 올해 대비 무려 14.5%나 슬그머니 인상했다. 또 의원 1인당 4급(서기관) 보좌관 1명씩을 신설키로 하고 관련예산 126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기몫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뿐만 아니다. 국회는 군살빼기 차원에서 의원정수를 감축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백지화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가 선진국과 대비,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의원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하는 일 없이 국민의 세금이나 축낼 바에야 차라리 숫자나 줄이는 게 났다는 생각이다. 지금 개혁에서 가장 뒤처저 있는 곳이 바로 국회다. 국회는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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