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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다음카카오 사옥과 파주 헤이리마을의 예술마을, 노만 포스터가 디자인한 스웨덴의 오르스타 철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주경기장…. 이 건축물들의 공통점은 건물의 색을 내기 위해 페인트가 아니라 독일 화학기업 랑세스의 '컬러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의 코트야드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라파엘 수한 랑세스 무기안료사업부 아태지역 부사장은 "메가시티인 서울은 컬러콘크리트의 잠재적 수요가 많은 도시"라며 "건축가·도시개발자 등과 함께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들이 컬러콘크리트를 더욱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러콘크리트는 랑세스의 무기안료 제품인 '베이페록스'를 콘크리트와 혼합해 만들어진다. 베이페록스는 노랑·빨강이나 파스텔 색상까지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으며 콘크리트뿐만 아니라 아스팔트·벽돌·교량·인조잔디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강한 햇빛이나 습기에 강해 건물 자체의 수명만큼 색깔이 오래간다.
비용 측면에서 봤을 때 초기 비용은 페인트보다 비싸지만 페인트는 5~15년 후 벗겨지는데다 더러워졌을 때 컬러콘크리트처럼 물로 닦아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수한 부사장은 "페인트의 색이 바래 세 번째 페인트칠을 할 때쯤이면 컬러콘크리트의 경제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랑세스는 '컬러콘크리트가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는 문화예술적 가치를 내세워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건축가·도시개발자 등을 초대하는 '컬러콘크리트웍스포럼'이 대표적이다. 화학기업이 이처럼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베이징 올림픽이나 남아공 월드컵 같은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건축물과 도로 같은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시기를 마케팅의 모멘텀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수한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각 도시나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한 사장은 "한국에서 랑세스와 35년간 손잡은 우신피그먼트와 연구개발(R&D) 역시 협력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현지 생산·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한국 시장이 더 커지면 공장 설립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랑세스가 생산하는 무기안료 중 43%는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되며 이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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