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거듭해 온 휴대폰 가격이 최근 들어 한 풀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고가 휴대폰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만한 신제품이 등장하지 않아 휴대폰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양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블루투스 초슬림폰2의 가격은 50만원 후반대에 달한다. 이 제품은 지난 6월에 출시된 블루투스 초슬림폰과 비교할 때 130만화소에 근거리무선통신인 블루투스 기능 등 두께가 2mm 가량 두꺼워진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사양은 동일하다. 하지만 6월 당시의 출시 가격은 60만원 초반이었지만 이번에 나온 신제품 가격은 50만원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끌었던 ‘폴더형 패션폰’을 업그레이드 시켜 최근 출시한 ‘슬라이드 패션폰’ 의 가격 역시 3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보통 후속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에 한 두 가지의 기능을 추가해 가격을 높여 시장에 선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SKY텔레텍(옛 SK텔레텍)을 인수해 고가 브랜드 강화를 내세운 팬택도 최근 30만원대의 저렴한 휴대폰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이달 초 팬택이 출시한 초슬림 슬라이드폰은 130만화소에 두께 16.9㎜의 슬림형에 MP3 플레이어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지만 가격은 30만원 후반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근 들어 신제품 휴대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휴대폰 판매대수는 700여만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감소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소폭 늘어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 된다. 특히 게임폰과 초슬림폰 이후 시장을 주도해 나갈 신제품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년 상반기 휴대인터넷과 3.5세대 통신인 고속데이타전송기술(HSDPA)을 탑재한 휴대폰이 새로운 시장을 열기까지 선도적인 기술을 탑재한 휴대폰이 없는 ‘무주공산’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용산의 한 휴대폰 판매업체 관계자는 “계속된 판매 부진과 함께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제조업체들이 고가 휴대폰 출시를 다소 꺼리고 있는 듯 하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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