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가서명이 이뤄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제조업 분야의 주력 수출품목에서 양보하는 대신 농수산 업계의 피해를 줄이는 데 역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 역대 어느 FTA보다 많은 생산품목에서 특혜관세의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은 성과다. 특히 비원산지 재료 가치에 개성공단 임금을 제외해 다른 FTA 규정보다 유리해졌고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제2 개성공단의 건설 가능성에도 대비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브리핑에서 "다른 FTA와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 "협정 발효와 동시에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했고 현재 생산되고 있는 품목을 포함해 총 310개 품목에 특혜관세를 부여해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 가장 우호적인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협상 타결 수준이 한미 FTA 등에 비해 낮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협상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서로 이익균형을 통해 이번 협상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보면 먼저 제조업은 서로 조심한 측면이 많다. 철강의 경우 중국은 냉연강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및 범용제품인 후판 등을 개방하는 데 그쳤고 우리나라는 중소·중견기업 보호를 위해 페로망간 등 합금철은 장기양허, 상하수도관으로 사용되는 주철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대중국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13배 이상 큰 양국 간 교역 현황을 고려해 중국의 일부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이온교환수지·고흡수성수지·폴리우레탄 등) 시장 선점 기회를 확보하기로 합의했고 초산에틸 등 우리 중소업체의 민감제품은 보호하기로 했다. 섬유의 경우 중국으로의 주력 수출품목(편직물)과 유망품목(기능성 의류, 유아복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 시장이 개방되며 우리나라는 순면사, 의류(직물제·편직제), 모사, 면직물 등 민감한 품목은 부분감축 또는 양허제외에 넣었다. 전자전기 분야에서 중국은 일부 중소형 생활가전(전기밥솥·세탁기·냉장고 등) 및 의료기기, 가전 부품 등을 개방하고 우리나라는 전동기와 변압기 등 주요 중전기기의 국내 시장을 중장기 관세철폐로 보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생활용품은 중국이 콘택트렌즈, 주방용 유리제품 등 향후 중국 내 수요 증대 품목을 포함한 생활용품 시장 대부분을 개방하는 대신 우리나라는 핸드백(기타 가죽), 골프채 등 대중국 수입액이 많은 일부 품목은 장기 15년에서 2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농축수산업은 정부가 이번 FTA 협상에서 가장 신경 쓴 분야다. 쌀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고 고추·마늘·쇠고기·돼지고기·사과·감귤·배 등 국내 농축산물의 3분의1 수준인 548개 품목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중국은 농산물 품목 가운데 91%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수산물은 오징어·넙치·멸치·김치·김·고등어· 꽃게· 전복을 포함 국내 20대 생산 품목이 모두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됐다.
서비스 및 투자 부문에서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해 법률·건설·유통서비스 시장 분야의 개방 통로를 확보했는데 그동안 중국이 체결한 FTA 가운데 서비스 분야에서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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