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10년 염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 16일 대한항공은 KAI의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 공개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함으로써 KAI 인수전 참가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동안 총 4번에 걸쳐 KAI 지분 인수를 추진해온 조 회장이 이번에는 항공우주사업 분야를 향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대선을 앞둔 정부의 입장과 지역단체 및 KAI측의 매각 반대 등 인수를 향한 여정이 만만찮다.
대한항공의 이번 KAI인수 시도는 시기상으로 벌써 네 번째다. 지난 1999년 KAI가 정식 출범한 후 2003년과 2006년ㆍ2009년 등 지분 매각 논의가 있을 때마다 대한항공은 인수전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대한항공은 2003년 KAI 공동 대주주였던 대우종합기계와, 2006년에는 두산과 KAI 지분 인수 관련 협상을 했지만 가격 문제 등으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도 정부가 KAI 매각에 나서자 인수 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한진그룹 내 KAI인수 논의를 주도한 이는 조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2003년 시장에서 KAI 지분 매각 논의가 처음 불거진 당시 공식 석상에서 "대한항공은 KAI를 인수해 항공우주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의지를 밝혔다. 이후에도 조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두산 측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KAI의 인수를 이끌어왔다.
조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항공서비스 외에 항공우주 분야 제조사업을 자체 육성하려는 사업적 의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1999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통폐합을 통해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ㆍ현대우주항공 등 항공사업부가 KAI로 출범할 당시 대한항공은 통폐합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항공 사업추진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후 국가 방위사업 참여를 원천 봉쇄 당하면서 조 회장은 아예 KAI 지분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즉 KAI 지분을 인수하면 대한항공의 주도하에 민관 영역의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이미 항공우주 분야 사업을 추진하고 가장 오래된 경험을 지니고 있다"며 "자신 있는 분야인 만큼 KAI의 인수를 통해 사업을 더욱 육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민항기 구조물 제작과 군용기 정비, 민항기 중정비 등의 사업을 통해 올해 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인수전에서 대한항공만이 KAI인수를 위한 LOI를 제출한 만큼 대한항공이 곧장 KAI 인수단계로 갈 수는 없게 됐다. 정부가 주도하는 계약은 다수의 입찰자가 참여하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며 입찰자가 하나뿐일 경우에는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KAI의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매각 일정이 서둘러 추진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의 KAI 인수는 결국 정부의 매각의지에 달려 있다"며 "정권 교체 전까지 실사와 본입찰까지 이뤄질 경우 대한항공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대선을 거치면서 민영화 정책이 정치쟁점화된다면 앞으로 인수 과정은 험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KAI 측과 사천 지역 단체 등의 매각 반대 논리도 대한항공이 넘어야 할 과제다. KAI 측은 항공 산업이 국가적 산업인 만큼 인수 이후 투자 여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면 매각의 의미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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