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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무한변신

유리창·가족 화장실 설치 불황에 금기 깨고 살아남기


오랜 세월 동안 백화점에 없는 세 가지는 창문, 시계, 1층 화장실이었다. 이는 금싸라기 매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불황을 겪을 때마다, 또는 다른 유통업태와 경쟁이 치열해질 때마다 이 같은 백화점의 금기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백화점들이 잇달아 불문율을 깨고 무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1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본점 6~8층 화장실에 어른용과 어린이용 변기를 함께 설치해 '가족형'으로 꾸며놓았다. 아이 성별에 상관없이 부모와 함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아이와 함께 쇼핑하는 가족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공간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멀티숍 브랜드의 경우 아일랜드 매장을 선호하는 것도 기존의 영업법칙을 깬 사례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내 명당은 벽에 붙어 있는 박스매장으로 꼽힌다. 실적이 나쁘면 정기 상품구성(MD) 개편 때 아일랜드 매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브랜드들로서는 퇴점만큼 굴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확대되고 있는 편집매장들은 전략이 다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상품 선호가 중요한 편집매장의 특성상 고객 이동이 많고 입체적으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일랜드 매장이 새로운 명당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 본점 3층과 강남점 4층 아일랜드 매장에 입점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매장인 신세계앤코 컨템포러리캐주얼이 대표적이다.

여성 의류에서는 사이즈가 다 똑같다는 통념이 깨졌다. 영패션, 20~30대 여성 캐주얼, 시니어 브랜드 등 소비자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사이즈가 관대해진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55 사이즈는 몸매관리가 되고 있다는 표준 사이즈"라며 "나이가 들수록 55 사이즈에 몸매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사이즈를 조금 넉넉하게 해 고객이 55 사이즈를 입고 있다는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하반기 오픈한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5층 가구 매장은 한쪽 면이 통유리로 돼 있다. 백화점 가구 매장에 창문이 생긴 이유는 자연광을 비춰 가정집 거실과 비슷하게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에서다.

보통 백화점 1층에 위치하는 게 불문율이었던 화장품이 식품 매장이 있는 지하1층으로 옮겨온 것도 고정관념을 깬 시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봄 지하1층에 빌리프ㆍ숨ㆍ안나수이ㆍ산타마리아노벨라 등 20여개 브랜드 매장을 입점시켰다. 식품을 사러 온 소비자들이 가격대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화장품을 가볍게 충동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1세기 소비자들에게는 20세기형 불문율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백화점이 쇼핑뿐 아니라 여가ㆍ휴식ㆍ문화 등 고객의 정서적 욕구까지 충족시켜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마케팅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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