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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대못 규제] 개방형 직위, 외부 출신 13% 그쳐… 진입 규제부터 풀어라

<1> 여전히 높은 관의 장벽

공무원끼리 돌려막기 자리 변질

기재부 민간전문가 한명도 없어

밥그릇 챙기기 문화부터 바꿔야

정부세종청사 본관 앞에 '청사'를 알리는 표지석 글씨가 음각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채 세워져 있다. /서울경제DB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일명 '탁상행정'이다. 현장을 모르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짜다 보니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마련된 자리가 이른바 '개방형 직위'와 부처 간 교류다. 효율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한 자리에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서울경제신문이 17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농림축산식품부 등 주요 경제부처 5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위공무원단(고공단·1~3급) 개방형 직위 22개 중 비(非)공무원 출신 외부전문가가 차지한 직위는 3개로 13%에 그쳤다.

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에는 총 6개 직위 중 외부전문가 영입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산업부 역시 5개의 개방형 직위 중 민간 전문가는 없었다. 국토부 또한 5개 자리 모두를 전·현직 공무원 출신으로 채웠다. 농식품부는 5개 직위 중 농림축산검역본부장과 농수산대학총장 등 2자리를 민간 출신으로 임명했고 공정위는 개방형 직위가 1개인데 반드시 민간 출신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방형 직위가 공무원들의 '돌려먹기' 자리로 변질된 배경에는 공무원들 스스로 쌓아놓은 진입장벽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 경제부처가 실시한 1급 개방형 직위 공모에는 민간 출신 인사가 지원하지 않아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전직 공무원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응모를 꺼린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원해봐야 들러리가 될 게 뻔한데 자존심에 상처를 내면서 지원할 외부 전문가가 누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제도상 허점도 있다. 관계법상 고공단에 '오버 TO(정원)'가 있을 경우 이 적체를 먼저 해소하도록 규정해놔 민간 전문가가 중앙부처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지난해 이 법령을 개정해 개방형 직위가 공석이 됐을 경우 고공단 TO와 관계없이 무조건 공모를 진행하도록 했으나 단시일 내에 민간 전문가가 확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한 퇴직 관료는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설령 외부인사가 수혈돼도 조직을 장악하고 능력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무원 사회 내부에 밥그릇 챙기기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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