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수녀들'의 세태풍자 뮤지컬 '넌센스 아멘' 남자 배우들이 펼치는 5명 수녀이야기브로드웨이 뮤지컬 '넌센스'의 남성판 세상이 복잡하고 신경 쓸 일이 많아질수록 ‘말도 안 되는’(nonsense)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잠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녀(nun)들의 감춰진 욕망(sense)을 풍자한 뮤지컬 ‘넌센스 아멘’이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넌센스다. 하지만 즐겁다. 수녀원에서 잘 못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52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모두 죽게 됐다는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하늘이 도와 옆 마을에 놀러 갔던 수녀 다섯명 만이 목숨을 건지고, 이들은 죽은 수녀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카드판매라는 영업 일선에 나선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겨우 장례식을 치를 만큼의 돈을 벌지만 원장 수녀가 계산을 잘못해 돈이 남는다며 VTR을 사 버린다. 이들은 장례식을 치르는 중 네 명의 장례비가 모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머지 네 명의 장례비를 마련하기위해 이들은 시체를 냉동실에 넣어 놓고 나병환자 수용소 등을 돌며 쇼를 벌인다. 비현실적인 설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등장하는 수녀들은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된 여자들로 실제 등장인물은 모두 남자다. 굵은 목소리에 콧수염까지. 하지만 메리 레지나 원장수녀(서영주)와 발레리나를 꿈꾸는 막내 메리 리오 수녀(조정석)는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특히 갸날픈 목선과 글래머한(?) 자태를 수녀복 속에 감춘 메리 레지나 원장 수녀는 수줍음을 간직한 영락없는 중년 여성이다. 무대는 나병환자 수용소. 수녀들이 객석 뒤에서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쇼의 시작을 알린다. 마치 TV 공개방송 방청석에 앉아 있듯 등장인물들은 무대와 객석을 종횡무진하며 관객들에게 웃음 보따리를 선사한다. 수녀들은 솔직하고 귀엽고 발랄하지만, 느끼하기도 하다. 엉겁결에 마신 환각제의 힘을 빌어 원장수녀의 억눌려 있었던 욕망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 이 작품은 80년대 캣츠 등 대형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승승장구 하던 시절 소규모 투자로 흥행에 성공한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 시리즈 ‘넌센스’ 중 세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는 91년 처음 소개됐다. 작품은 단순히 웃기는 코미디로만 끝나지 않는다. 레지나 원장수녀와 2인자 휴버트 수녀간의 긴장은 직장 내 상사와 부하간의 갈등관계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지만 화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문제를 해결해 간다. 가수를 꿈꾸는 앤 수녀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하는 리오 수녀를 통해 꿈을 접고 일상에 파묻힌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해 낸다. 5월 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556-8556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입력시간 : 2005-03-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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