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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님 잘 지내시죠? 시간 되면 티타임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시간 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선배와 후배 간에 오고간 이야기다. 얼핏 보면 평범한 대화 같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주고받은 메신저다. 이 부회장과 이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으로 이 부회장이 87학번, 이 대표가 85학번으로 이 대표가 2년 선배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자체 개발한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챗온(ChatON)을 통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를 총괄하는 이 부회장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이 대표와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다.
사실 이 부회장과 이 대표는 친밀한 관계다. 인연은 이 대표 재학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는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입학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건은 동양사학과 내부적으로 대책회의를 열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재벌가 출신답지 않게 단정한 옷차림을 한 튀지 않는 학생이었으며 학교 수업도 빼먹지 않고 선후배들과도 술자리를 같이 할 만큼 소탈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진솔한 면에 동양사학과 선후배들은 적잖이 놀랐고 이런 과정을 거쳐 이 부회장과 이 대표가 더욱 가까운 사이로 발전해 이 부회장이 카카오톡을 직접 설치하고 소식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이 대표의 인연은 선후배를 넘어 삼성전자와 카카오 간의 사업협력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대표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업에 힘입어 숙원사업이던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카카오톡을 기본 앱으로 탑재한 삼성전자의 모바일기기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해외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선후배 간의 우정으로 대기업과 강소 정보기술(IT) 기업이 사업협력의 결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부회장이 이 대표와의 친분만으로 카카오톡과 협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관련부서에 지시해 카카오톡의 기업가치를 꼼꼼히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 친분이 앞섰다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경쟁사인 모바일메신저 라인(LINE)과 먼저 손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성그룹 후계자답게 사업성과 기술력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사업 파트로서 손을 내민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카카오톡이 불편한 관계라는 말이 돌았다.
당장 카카오톡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의 국내 주간사로 삼성증권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은 IPO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카카오톡은 특히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수익기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주요 수익원인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 벅스와 연계한 뮤직 서비스 강화에도 나선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카카오스토리, 그룹 등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더 보강해 더욱 강력해진 플랫폼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사업공유를 통해 차별화되는 콘텐츠와 서비스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카카오톡의 강력한 플랫폼에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 기조연설에 밝힌 금융과 카카오톡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범 가동한다. 더 나아가 이달 초 한 결제대행(PG) 업체와 협약을 맺고 카카오톡 망에 결제 모듈을 붙이는 사업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네이버와 협력하면서 카카오톡과는 서운한 관계일 줄 알았는데 이재용 부회장과 이석우 대표가 이처럼 밀월관계였다면 얘기는 달라지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카카오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바일메신저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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