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업계가 원자재 부족으로 연초부터 심각한 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는 원자재 공급난으로 골판지 상자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함께, 앞으로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되면 지난 94년 이후 15년 만에 최악의 골판지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은 16일 "골판지 원지 공급부족으로 골판지상자 생산이 3~4일씩 지연되는 등 심각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폐지가격 상승으로 골심지와 라이너 가격이 사상 최고가 수준으로 인상돼 골판지 및 골판지 가격 연동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합에 따르면 골판지를 구성하는 골심지(가운데 물결모양의 골 부분) 가격은 작년 9월 톤당 35만5,000원에서 이날부터 사상 최고가인 42만원으로 급등했으며, 라이너(표면의 반듯하고 빳빳한 판지) 가격 역시 작년 9월 45만5,000원에서 오는 25일부터 51만원으로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처럼 골판지원지 가격이 폭등한 원인은 원료인 폐지 부족 때문이다. 조합의 김진무 전무는 "지난 2년간 국산 폐지의 해외 유출초과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지난해 원화 약세로 폐지 수입량은 줄어든 반면 폐지와 골심지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19만3,000톤의 원료 부족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폐지 수출이 미미하던 지난 2007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수입은 29.1% 줄어든 반면 수출은 14.4% 늘어나 원료 공급난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폐지가격은 올 1월 초 ㎏당 120원에서 현재 160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급등, 골판지원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연말연시 폭설에 따른 폐지 회수율 저하와 지난 골판지원지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로 각 유통단계마다 가수요까지 겹쳐 공급난을 부추기고 있다. 조합은 "폐지업계가 출하를 유보하고 있어 골판지 원지공장으로 폐지유입이 급감하고 있고, 골판지 업계도 원지가격 상승 추세 때문에 재고를 확보해두려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요인들 때문에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1월 중순부터 수급균형이 무너져 2월 들어서는 모든 회사로부터 골판지 원지가 제한공급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골판지포장업계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내달 이후다. 김 전무는 "그나마 지금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이지만 3~4월부터는 골심지를 두 겹으로 대야 하는 농산물 포장재 수요가 급증한다"며 "내달 이후 본격적인 수급 붕괴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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