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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군수의 용기
입력2003-07-27 00:00:00
수정
2003.07.27 00:00:00
고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중 `나 자신의 공과에 대해서는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신독재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20여년 전만큼 혹독하지는 않다. 독재, 인권탄압 등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지도자였다.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소신을 보여주었다. 이런 소신을 당시에는 아집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지도자가 나와서도 안 된다. 소신이 맞더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다면 어느 누구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우리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전북 부안군은 요즘 폭풍전야다. 김종규 부안군수가 원전수거물(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유치를 신청한 후 맹렬한 반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군민들은 `핵은 곧 죽음`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만약 김 군수가 유치신청을 철회한다면 정부는 부안군 위도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김 군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접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이미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루비콘강`을 건넜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군수는 유치신청에 앞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일본 로카쇼무라, 스웨덴 포스마크, 프랑스 로브 등 선진국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김 군수는 이런 전례를 보고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군수는 다음 선거에서의 낙선 위험을 감수하고 유치결정을 내렸다. 유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 또한 당대보다는 후세의 평가를 더 의식했을지도 모른다. 김 군수의 용기와 소신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정문재 경제부차장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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