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볼만한 영화] 아로노프스키 감독 '레퀴엠'

소통없는 현대인의 중독된 삶지난해 한차례 수입 추천이 거부됐다가 지난 3월 28일 합격한 '레퀴엠'은 지난달 26일 '18세이상 관람가'로 등급심의를 통과했다. 당초 미국에서도 마약 복용과 혼음파티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등급외'와 'R등급(17세 이하 부모 동반)'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됐다.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는 필름은 2초 가량의 혼음 장면이 빠진 R등급 버전이며 여주인공 제니퍼 코넬리의 체모노출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된다. 헤로인, 모르핀, 코카인, 마리화나, 알코올.멀게만 느껴지던 약물, 알코올 중독. 마약 뿐 아니라 사랑, 커피, 초콜렛, TV, 다이어트 약 등 그 종류를 불문하고 어떤 것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내면적인 고통을 줄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탈출구는 멀어지기만 하는 현대인의 일상에 파고 든 중독된 삶을 표현한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감독의 감각적인 화면과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현대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이 가슴을 울린다. 초로의 미망인 사라(엘렌 버스틴)는 초콜릿을 먹으며 TV 다이어트 쇼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러나 사고뭉치 외아들 해리(자레드 레토)는 마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툭하면 TV를 중고품 시장에 팔아먹어 웃돈을 주고 되사는 일을 거듭한다. 어느날 TV 쇼 출연을 제의하는 전화가 걸려오자 사라는 해리의 고교 졸업식 때입었던 빨간 드레스를 꺼내보지만 살이 쪄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때부터 사라는 약물의 힘을 빌리는 목숨을 건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무위도식하면서 매리언(제니퍼 코넬리)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해리는 마약 살돈이 떨어지자 매리언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급기야 친구 타이론(말론 웨이언즈)과 마약 딜러로 나서 한탕을 꿈꾼다. 98년 영화 '파이(π)'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대런 아로노프스키감독은 두번째 작품인 '레퀴엠'에서도 여전히 신선하고 도발적인 시도를 멈추지않는다. 한여름, 영화는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뮤직 비디오 같은 화면 속에서 각각의 인물은 빛나고, 꿈꾸며, 말기만 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하루종일 TV 쇼만 보는 사라가 출연섭외를 받고 들떠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모습이나, 해리가 딜러로 돈을 벌어 애인 마리온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헤로인 중독자가 되어 가는 모습이나, 곳곳에 배치된 화면분할은 이들의 관계가 함께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가 믿고 있는 꿈 때문에 결국 혼자 고통을 떠 맡아야 함을 예고한다.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약물 복용 또는 투입 장면은 샘플링, 콜라쥬를 활용, 감독이 80년대 힙합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이른바 '힙합 몽타주'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클린트 맨셀과 크로노스 4중주가 함께한 클래시컬 테크노 음악은 최면적 분위기를 한껏 돋우며 리얼리티를 배가시킨다. 워너브라더스가 '배트맨' 시리즈 5편을 팀 버튼(1ㆍ2편)과 조엘 슈마허(3ㆍ4편)라는 쟁쟁한 거장에 이어 신예인 그에게 맡긴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칠순의 엘렌 버스틴은 칸, 미국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BAFTA), 골든 글로브,토니 등 굴지의 상을 모두 휩쓴 명배우답게 다이어트와 정신착란 과정을 실감나게보여주는 관록을 과시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제니퍼 코넬리도 온몸을 던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박연우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