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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계층 한국탈출 는다
입력2000-11-06 00:00:00
수정
2000.11.06 00:00:00
최석영 기자
엘리트계층 한국탈출 는다
최근 들어 이민을 떠나거나 계획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과거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한국에서 할 일이 없어 할 수 없이 떠나는 `생계형 이민'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사회적으로 상당히 성공한 `엘리트형 이민'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불안감에 시달리는 과장 이상 간부급들이 대거 이민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얼마전 캐나다로의 독립이민이 확정된 서모씨(52). 대기업 이사로 연봉만 무려 7,000여만원을 받아온 엘리트다. 그러나 서씨는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매일 살아 남으려고 몸부림친다는 느낌 입니다. 우리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서씨지만 캐나다에서 직장을 얻는 것은 포기했다. 한인 거주지역에서 조그마한 상점을 열고 열고 평범하게 살 계획이다. 서씨는 자신의 이민을 “치열한 사회의 성공한 엘리트보다 조용한 사회의 한가로운 소시민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무엇보다 이민을 가려는 뚜렷한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이모(41)씨는 지난 여름방학때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초등학교 3학년, 5학년에 다니는 자녀들의 성화로 뉴질랜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학교운동장이 한국 대학의 캠퍼스 크기와 맞먹고 주말이면 캠핑이며 파티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생활에 아이들이 매료됐나 봐요. 물론 한국처럼 공부로 중압감을 주는 부모들도 없구요”
자신은 건축 기술사로 일하고 부인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이씨지만 아이들을 위해 한국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오모씨(61)도 최근 아내와 함께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다. 오씨 부부는 현재 부동산과 저축을 합친 재산이 30억원이나 돼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오씨는 “젊은 시절에 돈을 벌기에 한국처럼 좋은 곳은 없지요. 하지만 노후를 보내기에 한국처럼 나쁜 곳이 없다”면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은 거의 없고 온종일 막히는 교통에 공기도 나쁘고 걸핏하면 대형사고에 정치는 짜증만 난다”고 이민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올 상반기 외교통상부에서 집계한 이민자는 7,125명. 해마다 가을에 이민자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민자는 최소한 1만5,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민자수는 97년 1만2,484명에서 국제통화기금(IMF)경제난이 한창이던 98년에는 생계형 이민이 늘어 1만3,97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만2,655명으로 줄었다가 올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민수속 전문업체인 온누리이주공사의 이정태 부장은 “이민자의 증가는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40~50대 직장인들의 이민 신청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자녀들의 교육과 보다 안정적이고 가족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새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입력시간 2000/11/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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