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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털어 동부하이텍의 독자생존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최근 진행돼온 산업은행과의 동부메탈 매각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동부그룹은 19일 김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하이텍이 100% 가진 동부메탈 지분 절반을 매입한 뒤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 측은 "이는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동부하이텍 구조조정에 앞장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동부하이텍의 자구노력도 강도 높게 버일 예정이다. 농업 부문을 분사ㆍ매각하는 한편 유화 부문과 부동산 등을 이른 시일 안에 팔아 동부하이텍을 반도체 전문회사로 슬림화한다. 동부메탈의 잔여지분 50%에 대해서는 조속한 상장을 추진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부 측은 이 같은 자체 구조조정이 병행되면 총 1조5,000억원을 조달해 동부하이텍의 차입금을 4,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방침으로 산은 사모투자펀드(PEF)와 진행해온 동부메탈 매각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당초 동부그룹은 지난 6월부터 산은PEF에 동부하이텍의 동부메탈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동부 측이 매각대금으로 적어도 7,000억원 이상을 기대한 반면 산은 측은 3,500억원을 제시해 진통을 겪어왔다. 동부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의 요청으로 PEF 방식의 구조조정을 검토해왔으나 단기 수익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투자은행(IB)의 특성과 기업의 본질이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사업에 따른 대규모 설비투자로 2004년 신디케이트론 1조2,000억원을 차입한 이래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에 시달려왔다. 한편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부문의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부하이텍 한 회사만의 조정일 뿐 동부화재ㆍ동부건설ㆍ동부제철 등 그룹의 다른 주력 계열사와는 상호지급보증 등 재무적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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