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 6월 이후 벌써 5개월째 영업정지 상태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2005년)에 따라 건설업 등록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에 자본금의 20% 이상을 예치해야 하는데, 이런 사실을 몰라 구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구청에서는 고지했다고 하는데 영업정지를 당할 때까지 이를 전혀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구에서만 30개가 넘는 업체가 비슷한 사정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 사실에 주의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지만 과태료도 아닌 영업정지는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 상반기에만 건설ㆍ환경 관련 행정처분이 9,500건에 달하는 등 행정처분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업체 대부분이 이처럼 ‘비상식적’인 처벌수위나 집행절차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환경ㆍ건설 부문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기업의 73.8%가 행정처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반면 ‘수긍’한다는 응답은 26.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응답 업체들은 행정처분을 받은 규정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86.4%)하고 있지만 처벌수위나 집행절차 등 처리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분의 집행절차가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41.9%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처벌 수위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절반이 넘는 60.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 B사는 2004년 보일러를 설치하면서 이에 따른 정수시설을 설치했으나 올 6월 수질환경보전법에 의한 배출시설 설치신고 미이행으로 사용정지 처분과 함께 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제 환경오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보일러 설비에 따른 시설인데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2개월이나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며 “이처럼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이전에 기업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그렇다면 억울한 상황을 어떻게 넘길까. 행정처분이 비상식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기업들 가운데 실제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곳은 2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반영되지 않을 것 같아서’(94.7%)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한 기업의 경우 전부 또는 일부가 반영된 비율이 55.6%로 비교적 높았다”며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실제 서울 지역 변호사 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변호사들은 상담한 사례 중 35.4% 정도가 ‘과도한 행정처분’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기업들은 행정처분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로 ‘소명기회 부여 등 절차개선’(40.3%)을 가장 많이 꼽았고(40.3%) 이어 ‘사소한 사안에 대한 처분 완화’(35.6%),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22.5%)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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