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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공석이 생길 때마다 주목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하영구(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실제로 하 행장은 과거 KB국민은행장으로 와달라는 강력한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곳곳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하 행장은 올 초 5연임을 결심했다. 씨티그룹 본사의 요청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하 행장의 행보가 요즘 들어 부쩍 더 바빠졌다.
관가와 금융계 곳곳에서 하 행장에 대한 러브콜이 더 많아졌기 때문.
당장 지난달 18일 출범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하 행장을 금융회사를 대표해 TF에 포함시켰다. 향후 TF에서는 ▲정책금융체계 개편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민영화 등 금융위원회의 4대 과제를 논의한다. 하 행장은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한국은행법 개정안 TF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금융당국 참석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 이번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TF에도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KB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까지 다시 오르기도 했다.
하 행장의 돋보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경제사절단 중 금융계 인사는 다섯 명에 불과하다. 특히 하 행장은 시중은행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통령 방미사절단에 초청을 받아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씨티 안팎에서는 "이번 정부에서 하 행장이 총애를 받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실제 현 정부가 한국씨티에 우호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수족 역할을 했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한국씨티 부행장 출신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5연임에 성공한 하 행장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종의 '브랜드 가치'를 확립했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계 전체를 통틀어 5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과 하 행장 두 명에 불과하다. 순수 금융인 출신으로는 유일하다. 그만큼 하 행장이 보유하고 있는 희소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순수하게 실적과 실력으로만 CEO를 평가하는 외국계 은행에서 하 행장이 5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작 하 행장은 '최장수 은행장'이라는 수식어를 가장 부담스러워하지만 하 행장이 국내금융산업 발전에 객관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외국계 은행의 CEO라 그동안 하 행장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경영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5연임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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