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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년 을사늑약 100년 한일수교 40년] "과거 100년, 개방땐 번영-폐쇄땐 침체"
입력2005-01-03 17:31:59
수정
2005.01.03 17:31:59
최수문 기자
조선 말 극단적 폐쇄사회 위기 거듭끝 총체적 붕괴<br>경쟁력있는 기업환경 조성 개방·국제화에 힘 쏟아야
“(우리역사의) 과거 100년을 돌이켜 볼 때 경제개방을 추구하던 시절은 번영했고, 역으로 폐쇄적인 시대는 필연적으로 경제침체를 초래했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경영 환경과 개방, 국제화가 관건입니다.”
한국근대경제사를 집중연구하고 있는 이영훈(사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세계적인 경제조류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발간한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라는 책을 통해 “19세기 조선은 경제가 하강을 거듭한 끝에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한국 근대화론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 100년전 조선왕조 말기의 사례는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교훈적이다. 조선말 경제는 극단적인 폐쇄사회였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1876년 개항직전 조선의 대외의존율은 1%로, 이것은 유럽중세시대(10%로 추산)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조선사회는 외부의 충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도 조선왕조가 500여년간이나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17세기 ‘열린사회’ 때문이다. 당시의 중국ㆍ일본과의 대외(중계)무역이 빈사상태에 빠진 왕조를 구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8세기 중엽이 되면 무역이 침체하고 조선왕조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총체적 붕괴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1945년 광복 후 한국경제는 시장시스템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었다. 자본시장이나 노동시장이 거의 없었고 상품시장은 ‘재래시장’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국가의 강력한 비(非)시장적 배분에 따라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개발시대) 정부는 소수 대기업에게 자원을 특혜적으로 지원ㆍ배분하고 이에 따른 소득을 생산적으로 쓰이게 관리했다”며 “정부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관리능력 및 일관된 개발의지와 함께 배분구조로서의 은행 등 정부-은행-대기업 연합구조가 세계적인 경제기적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경제에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시장 인프라”라며 “경쟁을 통한 사회적 결과의 정당성이 옹호돼야 하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 후의 경쟁결과에는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구조적ㆍ체제적 모순에 빠져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어떤 목표나 지향 프로그램이 없어 정부가 무슨 일을 하고 기업ㆍ민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 일관된 정보가 없고 모두가 불안과 혼돈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전략부재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경제의 급성장은 새로운 대안을 요구했다. 정부는 90년대 들어 강화되기 시작한 자유무역 체제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의 한국형 경제시스템에 구조적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하고 금융개방을 가속화하면서 영미형의 자유경제시스템을 추구하는 가운데 오히려 새로운 시장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존의 금융체계마저 해체되고 마비되고 말았다.
그는 “앞으로는 정부주도적으로는 안 된다. 정부는 시장이 할 수 없는 것을 찾아 장기적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전면적이고 내재적인 개방화가 필요한데 현재 정부의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세계경제는 단순히 자유무역체제를 넘어서 국가자체가 벤처로서 마케팅 단위가 되어 있다”며 “외국기업과 자본을 끌어들이고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확보하면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국가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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