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라는 단어는 올 한해 방송계를 축약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여년간 방송계의 화두였던 ‘방송ㆍ통신 융합’ 작업은 방송계의 거센 반발 속에 현실로 급부상하고 있다. 3기 방송위원회가 어렵게 출범했지만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취임 초반 사퇴하는 드문 일이 일어났고, KBS와 EBS 신임 사장 선임을 놓고도 시끄러웠다. 올 방송계 6대 뉴스를 통해 큰 흐름의 단초를 찾아봤다. ◇뜨거운 감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ㆍ통신 융합기구를 만드는 문제가 마침내 올 7월 국무조정실 산하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현실화되는 작업이 시작됐다. 융합추진위는 방송위와 정통부를 1대1로 통합하는 법안을 내놓았지만 방송위를 중심으로 한 방송계가 ‘방송의 공공성ㆍ독립성 훼손’을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통합기구 발족이라는 목표로 법안 국회통과를 추진중이지만 일정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 내년 대선일정과 맞물려 이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송과 통신 융합 서비스 상용화 원년 방송통신위원회 신설논란의 와중에 방ㆍ통 융합서비스가 개화되기 시작했다. 통신회사인 하나로텔레콤이 TV포털 서비스인 ‘하나TV’ 유료가입자 모집을 지난 7월 시작했고, KT가 주도하는 IPTV(인터넷TV) 역시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VOD형태인 TV포털은 시청자가 시청 시간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편성표에 의해 뿌려주는 TV’에 익숙한 시청 형태에 변화가 예상된다. IPTV 시범사업은 KT가 주도하는 C큐브컨소시엄과 포털업체 다음이 주도한 다음 컨소시엄이 11월부터 시작했다. IPTV의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 중으로 잡혀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발족과 함께 이런 방송과 통신의 중간영역 서비스들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끄러웠던 방송계 인사 굵직한 인사가 많았다. 방송위 위원 9명과 KBS와 EBS도 새 사장을 맞았다. 이 인사를 놓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일년 내내 논쟁을 벌였다. 2기 방송위가 3년 임기를 끝낸지 두 달이나 지난 7월에야 간신히 3기 방송위가 출범했고, 출범 직후에도 이상희 위원장과 주동황 상임위원이 신변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방송위의 위원 선임 방식 자체에 대한 논란까지 나왔다. 연임된 정연주 KBS 사장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고, 구관서 EBS 신임 사장은 교육부 출신 관료의 낙하산 인사라는 노조의 반대로 두 달간 ‘호텔집무’를 한 후에야 회사에 정식 출근했다. ◇산업으로 자리잡는 스포츠 콘텐츠 스포츠 스타의 표정 하나가 매출이 되는 시대다. 지난 4월 미셸 위, 5월에는 하인스 워드의 방한 때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기 중계는 물론 뉴스, 쇼 프로그램까지 총동원해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잡았다. 2006 독일월드컵.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드컵에 ‘올인’했다. 시청자들의 ‘축구 안 볼 권리’는 실종됐다. 방송사의 경쟁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싹쓸이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 와중에서 SBS의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은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KBSㆍMBCㆍSBS간 공조체제를 깨고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총 4개의 동ㆍ하계 올림픽, 2010년ㆍ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해 스포츠콘텐츠에 대한 미디어간 본격 경쟁의 시발탄을 쐈다. ◇케이블 PP 자체제작 붐 케이블TV가 지상파TV의 재방송 채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몸무림을 치기 시작한 한해였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대기업 계열 MPP(채널을 다수 운영하는 회사)가 총대를 맸다. 온미디어의 수퍼액션채널은 ‘시리즈 다세포 소녀’를, 영화 채널 OCN은 ‘코마’, ‘썸데이’ 등을 자체 제작해 방영했다. CJ미디어의 채널CGV는 ‘프리즈’라는 자제제작물을 방송했고, 드라마ㆍ버라이어티쇼 채널 tvN은 케이블TV도 자체 제작만으로 꾸려갈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 무대다. 지상파 계열 채널인 MBC 드라마넷도 자체 제작 드라마인 ‘빌리진 날 봐요’ 제작을 끝내고 오는 26일 첫 방송을 탄다. 케이블쪽에서 재방송 편성의 한계를 절감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스파이설로 들끓은 경인방송 문 닫았던 경인방송이 5월 영안모자를 대주주로 내세운 경인TV컨소시엄이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컨소시엄 주체인 CBS와 영안모자간 갈등은 신현덕 전 경인방송 공동대표가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미국의 스파이로 활동한다는 음모를 제기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백회장 측은 신현덕 전 대표가 CBS 측 인사라는 점을 들어 CBS의 개국 방해 음모라고 주장했다. CBS와 백회장쪽은 나란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재허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인방송이 매년 방송계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는 우회적인 비판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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