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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은행 출범 6개월] 2. 한빛은행
입력1999-07-01 00:00:00
수정
1999.07.01 00:00:00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만나 세워진 한빛은행.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이 수시로 강조하듯 「국가 프로젝트급 은행」이다. 정부가 5조2,806억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재탄생시킨 만큼 기대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한빛은행이 출범하자 이 은행이 「리딩 뱅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를 은근히 바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빛은행이 리딩뱅크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 앞에는 여전히 가파른 산길이 놓여져 있다. 고개를 넘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의 일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일개 시중은행의 앞길에는 냉혹한 2차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6개월간의 준비기= 초대 한빛은행장에 취임한 김진만(金振晩)행장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사업부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본부장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개혁을 과감하게 실시, 은행 개혁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빛은행 임직원들도 합병 초기의 불안에서 벗어나 차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임원과 팀장·지점장들에게 「지옥훈련」을 시켜가며 화학적 결합을 유도해 냈다.★표참조
생산성이 낮은 점포는 대거 폐쇄키로 했으며 옛 상업과 한일은행 자회사 가운데 성격이 비슷한 기업은 합병 또는 매각을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무수익 고정자산을 매각, 지금까지 1,295억원을 벌어들였다. 인력축소 과정에서 332명이 은행을 떠났다.
◇아직은 먼 리딩뱅크= 한빛은행은 57대 그룹 가운데 24개 그룹의 주채권은행이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한진·한화·효성·대림·두산·한솔·동양·롯데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한빛은행에 자금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빛은행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자로서의 「제 목소리」를 낸 적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말을 듣지도 않거니와 한빛은행의 담당 임직원들도 채찍이나 당근을 들이밀 겨를조차 없다. 『합병 이후 거래기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인원은 오히려 줄어 야근을 밥먹듯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매일 코피 터지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조직도 있다. 조직융합 차원에서 상업-한일 출신들을 고르게 배치하다보니 능력주의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 한빛은행 스스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사업부제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조직 이기주의 등을 타파하기 위해 고단위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한빛 100일 비상계획」이다. 한빛은행은 지난 4월 초부터 이 작전에 돌입한 결과 수많은 「내부의 적」을 색출해냈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과 부서간 갈등요인 등을 추려내 조만간 개선책을 마련, 일제소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달 중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 경영의 새틀을 짤 방침이다.
하지만 한빛은행의 2차 개혁 드라이브가 목적을 달성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합병초기 강도높은 개혁을 주창했던 김진만 행장이 직원들의 반발에 밀려 일부 계획을 수정했던 선례처럼 다시 발목을 잡는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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