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 실적발표의 포문을 연 상장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어닝쇼크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형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거나 급감하면서 3ㆍ4분기 어닝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가 부진한데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위기가 지속되면서 뚜렷한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KT&G는 국제회계기준(K-IFRS)상 3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감소한 2,9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322억원보다 10.9%나 적은 것이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1조63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또한 시장 컨센서스(1조1,184억원)보다 4.9% 적었다. 당기순이익도 2,22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95% 줄었다.
KT&G 관계자는 "담배사업을 맡고 있는 KT&G의 3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와 해외수출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4%, 1.0% 증가했다"며 "하지만 인삼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KGC)의 경우 국내와 중국 시장 매출부진으로 영업이익이 63%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실적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OCI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놨다. OCI는 전날 주력사업인 폴리실리콘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무려 86.9% 급감한 330억원에 그쳤다. 이 밖에 신세계I&C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20.8%, 41.7% 감소한 650억원, 25억원에 그치는 등 어닝시즌 초반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3ㆍ4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12월 결산법인 16곳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곳은 5개, 영업이익이 떨어진 곳은 4개 업체였다.
어닝쇼크는 곧바로 주가전망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대신증권이 OCI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21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OCI 리포트를 낸 증권사 18곳 중 11곳이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에 따라 평균 목표주가도 24만7,940원에서 21만9,050원으로 떨어졌다. 김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동률 재조정으로 OCI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34.2%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폴리실리콘 분야는 공급과잉과 글로벌 태양광 시장 구조조정 지연 여파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위축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돼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수출 여건도 악화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3ㆍ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8조1,000억원이 예상된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기업들에 이 같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출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상장사들의 경우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ㆍ중국 경제부진 여파로 실적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경기방어주인 유틸리티와 식품주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어닝시즌에 돌입한 미국의 경우 예상치를 웃도는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10월 들어 실적전망 하향조정 추세가 더 심화되고 있다"며 "3ㆍ4분기 실적발표치와 예상치를 꼼꼼하게 비교하고 4ㆍ4분기 실적개선 여부를 판단해 종목별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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