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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잃어버린 고구려
입력1999-08-24 00:00:00
수정
1999.08.24 00:00:00
「신라(新羅)가 아닌 고구려(高句麗)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지금쯤 우리의 영토(領土)는 어떻게 됐을까」중국 만주일대의 고구려 유적지(遺跡地)를 찾아보는 사람들끼리 문득문득 던지는 화두(話頭)다. 나라가 망해도 백성들은 남아 있을 법한데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首都)였던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에서조차 고구려라는 나라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안에는 광개토대왕 비(碑)를 비롯하여 무수한 유적들이 남아 있으나 어느것 하나 제대로 보존·관리되는 것이 없다.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상태로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광개토대왕 능(陵)의 경우는 커다란 돌무더기뿐이다.
언젠가 일본군이 포격을 해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잡초가 무성한 왕릉 주변엔 누구의 무엇이라고 표시돼 있지도 않다. 고분(古墳)속의 고구려 벽화는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의 그림색채가 지금도 선명하게 드러나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벽화 위에서 이슬이 맺히고 물기가 흐르는 습기로 점점 훼손되고 있는 것이 완연했다.
근래 고구려 유적을 보려는 한국 관광객이 지안에만도 1년에 1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버려진 유적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얼마전 경남 진주에서 중소건설업을 하는 오효정(吳孝正·60)씨 형제가 계속 망가져 가는 광개토대왕 비역(碑域)을 보고 가슴아파 새로 단장해보려 중국 당국과 접촉한 일이 있었다.
이때 중국측은 「우리 땅에 왜 외국인이 나서느냐」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비역이 정리되면 관광수입이 늘 것이라고 여섯 차례나 찾아가 설득한 끝에 겨우 허가를 얻고 2억원을 들여 깨끗히 단장해 놓았다. 이것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유물 개발은 뒤로 미루더라도 폐허처럼 방치된 채 무너져 가는 광개토대왕릉같은 유적은 시급히 복원·정비돼야 할 우리 민족의 유산이다.
일제(日帝)때 우리 독립군 양성학교가 세워졌던 퉁화현(通化縣) 조선족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일부러 고구려 역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교사(敎師)든 학생이든 대답을 못했다. 역사선생이 『이곳에서는 중국사를 기본으로 한 중국교과서로 가르치므로 고구려·신라·백제 등은 잘 모른다』고 했다.
고구려의 옛땅, 만주에서 고구려는 이미 잃어버린 역사라는 생각에 허탈했다. 다만 그래도 조선족이 우리말·글·풍습·전통을 그대로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조선족은 한말(韓末)에 나라를 잃으면서 주로 가난한 백성들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살아남은 동포 후손들이다. 고구려의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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