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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100일] 노 대통령의 ‘엽기 발언 베스트 10’

"말이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인데 말을 안 하려니 힘들다." 청와대 참모들의 `말 조심` 당부에 노무현 대통령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 심지어는 얼굴 표정까지 언론의 주목을 받다 보니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들이 언론에 소개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도 사람이므로 때로는 말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 언론의 관습이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수 발언`속에서도 노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 지난 3월9일 노 대통령은 파격 인사에 대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던 검사들을 TV로 생중계 되는 공개토론회에 불렀다. 토론회에서 검사들은 작심한 듯 노 대통령의 `아픈 곳`을 공격했고, 노 대통령은 서너 차례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 중립을 강조하는 자신의 말을 한 검사가 바로 반박하자,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격화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검사가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인사 청탁자의 이력서를 받은 점을 거론하자 노 대통령은 "자꾸 이런 식으로 토론할 것이냐. 대통령의 낯을 깎아 내리려 하느냐"며 불쾌해 했다. # 대통령 대접한 일이 있습니까 검사와의 토론에 대해서는 검사들의 불손한 태도를 지적하는 동정론과 노 대통령이 너무 쉽게 흥분했다는 비판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취임 후 두 번째 열린 TV 토론에서도 노 대통령은 다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1일 `MBC 100분 토론`에서 자신의 언론정책이 비판 받자 노 대통령은 "잘못 보도하면 정정보도 청구하고 반론보도 청구하고 (하는 것이 당연하데), 그게 불편해서 저를 지금 얼마나 괴롭히고 하고 있나. 어느 정권에서 일부 언론이 지금처럼 적대적인 기사를 쓴 때가 있었나. 대통령 대접한 일이 있나"라며 목청을 높였다. # 한국이 개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노 대통령의 `말 실수`가 토론 중 흥분하게 됐을 때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종종 자신의 논조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노 대통령 어법의 한 특징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재외 공관장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며 수상이 저격 된 후에도 평온했던 스웨덴의 예를 들었다. 이어 "국외에서 볼 때는 `한국이 개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이런 민주주의 한번 해 보자는 게 내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 TV를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KBS 공사창립 30주년 기념일이었던 3월4일에도 노 대통령의 과격한 표현이 언론에 소개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리셉션에 참석해서 자신의 언론관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설명하며 "한때는 TV를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지난날 방송에 대한 원망도 다 잊었으며, 열심히 일하는 방송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방송이 없었으면 저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는가"라며 "방송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듭니다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 가장 큰 물의를 일으킨 것은 지난 5월21일 5ㆍ18행사 추진위원회 간부들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다. 노 대통령은 추진위원들에게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을 오래 동안 가까이서 대해 온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에서 `못해 먹겠다`는 표현은 일상적인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위기감이 `발열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 답답하고 큰 감옥에 갇힌 기분입니다 노 대통령은 논점의 강조를 위해 직설적 어법을 주로 쓰지만, 때로는 다소 과장된 비유도 사용한다. 지난 4월2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에서의 노 대통령 발언이 한 예다. 노 대통령은 "여기 온지 50일 정도 됐는데 답답하고 큰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며 보통 사람과 격리된 청와대 생활을 `감옥`에 빗댔다. #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방미 기간 중인 5월12일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연례만찬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에 감사의 뜻으로 "만약 53년 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농부는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냅니다 노 대통령이 일부 정치인을 `잡초`에 비유한 것도 한 동안 논란 거리였다. 노 대통령은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일반 국민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여러분께서 하실 일은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고 농부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며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놓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농부는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낸다"고 말해 정치권이 크게 반발했다. # 쏟은 정성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 어떻게 합니까 표현이 격하지는 않더라도 지나치게 감정적일 경우 듣기에 거북할 수도 있고, 또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5월23일 교정대상 수상자 및 교정기관장 12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보람을 느끼지 못했을 때, 그 사람이 고마워하지 않고 또 다른 트집을 잡으면서 배신했을 때 그걸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이던 노조가 잇따른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데 따른 노 대통령 개인의 실망감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 공부를 많이 했는데 다 까먹어 표현이 너무 가벼운 것도 때로는 문제가 된다. 특히 외교석상에서는 그렇다. 지난 5월1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려고 공부를 많이 했는데 다 까먹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음료를 맥주로 할 것인지 포도주로 할 것인지 묻자, "둘 다 마시면 안 되느냐"고 답해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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