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보험산업의 위기는 구조적이다. 단지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을 외면하고 저금리로 자산을 굴리기가 마땅찮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험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팽창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도 보험산업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과 같은 기록은 당분간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금·장기간병보험등 다양화·서비스 확대 필요
환경규제·오염 리스크 줄일 신상품 개발 적극 나서고
개발단계부터 소비자 참여 '프로슈머' 마케팅은 필수
이는 신시장 개척이 보험업계의 최대 과제로 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회요인은 있다.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녹색산업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노후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시장의 급부상, 고령화에 따른 건강ㆍ장기간병보험의 활성화, 기후변화, 녹색성장, 저탄소 배출 등과 관련된 녹색보험은 준비된 보험사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현재 보험사들은 팔릴 만한 신상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종신보험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고 질병보험도 판매감소 추세가 뚜렷한 실정이다. 그동안 성장세를 주도해온 변액보험은 이번 금융위기 와중에 큰 손실을 보면서 판매가 대폭 줄었다. 손해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손보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장기성 손해보험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고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도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것도 보험시장의 위축을 가져온 한 요인”이라며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등이 대폭 강화돼 보험 판매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도 보험판매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개혁 통한 신시장 개척 나서야=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 안정적인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보험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중산층 이상의 고객에게는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재무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관리를 적절히 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작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화에 대비한 신상품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국민연금은 기금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급여인하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등 민영연금의 시장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건강ㆍ장기간병보험 상품의 다양화와 서비스 확대가 요구된다. 미국의 버락 오마바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기술(GT) 산업의 등장도 보험산업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 사업의 투자위험을 줄여주는 보험상품,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와 관련된 보험상품,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비한 상품, 환경오염손해배상책임보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영구 금융감독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은 “기후변화 및 환경규제에 따른 위험을 보장하고 위험관리 활동을 적극 전개한다면 손해율 안정을 통한 수익창출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슈머’ 마케팅은 필수=신성장 상품 발굴 노력과 함께 틈새시장 발굴을 위한 프로슈머 마케팅이 강조되고 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기획단계부터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소비자들의 ‘맞춤소비’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보험사들도 이에 발맞춰 상품 개발단계부터 소비자의 욕구를 취합해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에서 오더메이드(주문형 상품) 상품을 출시하고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더메이드 상품들은 납입방식이나 특약선택ㆍ보장기간 등을 다양화해 가입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 특색이다. 아직 대다수 보험사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와 소비자가 쌍방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상품개발과 마케팅 도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상품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보험사가 개발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판매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과 상품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담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만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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