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불어닥친 금융위기 공포에 러시아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도 꽁꽁 얼어붙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005380)는 전일 대비 3.15%(5,500원) 내린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아차(000270)(-4.55%)와 현대모비스(012330)(-2.47%) 등 나머지 현대차 3인방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쌍용차(003620) 역시 4.35% 하락하며 상승 흐름이 꺾였다.
이날 자동차 관련 종목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전날 러시아에서 불거진 금융위기 우려감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6.5%포인트나 인상하기로 발표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지난 1998년의 경제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러시아 사업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종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날 러시아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경제위기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자동차를 비롯해 러시아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의 주가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아차의 전체 매출(연결기준)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 현대차의 러시아 매출비중은 4.3%로 추정된다. 쌍용차는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30%를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현지 시장 위축에 따른 판매량 급감이 현실화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주 외에도 동일업종 내 다른 기업에 비해 러시아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도 휘청거렸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리온(001800)은 전날보다 3.81% 떨어지며 3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러시아 매출 비중이 4%를 넘는 현대하이스코(010520)(-1.93%)와 현대상사(011760)(-0.84%)도 약세를 기록했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발 경제위기가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 주변국으로 전이되면 해당 지역의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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