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엇박자 매매’가 너무 심하다. 외국인이 별 볼 일 없다고 던진 종목을 기관이 주워 담고, 기관이 내다판 종목은 외국인이 몽땅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달1일부터 15일까지 기관 및 외국인 주식매매현황을 집계한 결과, 기관매도 상위 20개 종목 중 14개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포함됐다. 반대로 기관이 집중 매수한 11개 종목은 외국인들이 내다판 종목이었다. 임세찬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종목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엇갈림 현상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M&A주 외에 악재돌출주도 사들여= 외국인이 사들이고 기관이 팔아치운 대표 종목은 현대건설(외국인 순매수 1,566억원, 기관 순매도 540억원), 신한지주(1,072억원, 946억원), 현대상선(738억원, 573억원), 우리금융(713억원, 398억원), 삼성화재(551억원, 338억원), SK텔레콤(539억원, 371억원), 포스코(530억원, 412억원), LG필립스LCD(396억원, 451억원) 등이었다. 내년 인수합병(M&A)시장을 주도할 현대건설은 기관에 맞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였다.또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현대상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외국인들은 더욱이 돌발악재가 나타난 이른바 ‘악재돌출주’나 업황이 나쁘다고 평가되는 종목들도 사들여 관심을 끈다. 칼 아이칸이 먹튀논란을 일으키며 철수한 KT&G나 패널가격 담합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이어 미국에서 집단소송 위기에 휘말린 LG필립스LCD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원자재값 급등, 중국 철강업체의 추격 등으로 기관이 내다 판 포스코도 집중 매수했다. 포스코 주가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30만원 대를 돌파했다. 이밖에도 업종대표주가 아닌 2등주에 대한 매수 움직임도 뚜렷했다. 은행권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이 외국인 매수 상위 톱5에 포함됐다. 반면 기관들이 사들이고 외국인이 판 종목은 유통주와 식음료주들이었다. 신세계(기관 순매수 454억원, 외국인 순매도 914억원), 하이트맥주(307억원, 293억원)와 롯데쇼핑(106억원, 171억원) 등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가 철저히 엇갈렸다. ◇외국인은 종목별 대응, 기관은 단기수급에 연연한 듯=이 같은 엇갈림 현상은 최근 외국인들이 ‘팔자’ 움직임에서 벗어나 종목별 저가매수전략을 시도한 반면, 기관은 마땅한 전략 없이 시장 수급여건에 휘둘린 탓으로 분석됐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분매입 비중을 기준으로 보면 12월 들어 외국인들 매수세가 회복된 상황”이라며 “팔자 국면을 벗어나면서 다양한 매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도 “상대적으로 매수여력이 큰 외국인들이 12월 초반 하락장세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 주요 종목들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세찬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는 종목별로 대응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업종특성이나 업황보다는 개별종목의 내년 실적전망, 자산가치, 주가수익률(PER) 등을 꼼꼼히 따져 매입종목을 고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반면 기관들은 단기충격에 민감해지면서 약간이라도 악재가 보이는 종목을 바로 팔아치워 주요 종목을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익률 경쟁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소폭 앞서는 모양새다. 외국인이 사고, 기관이 판 14개 종목의 12월중 평균 주가상승률은 0.91%인 반면 기관이 사고 외국인이 판 11개 종목은 -0.97%에 그쳤다.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사들인 대형 M&A주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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