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신일본제철에 이어 아르셀로 미탈과 ‘철의 동맹’을 추진함에 따라 전세계 철강업계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이 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신일철ㆍ포스코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사실상 전세계 철강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스코의 경우 이번 협력으로 적대적 M&A 위협에서 벗어남에 따라 본격적인 성장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철강 삼각구도 재편=포스코가 아르셀로 미탈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전세계 철강시장은 사실상 ‘아르셀로 미탈-포스코-신일철’의 삼각구도로 굳어지게 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아르셀로 미탈이 포스코와 손을 잡으면서 아시아 철강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특히 지난 2000년 3.3%에 불과했던 세계 1위 철강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올해 8.9%로 높아졌고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 2000년 13.5%에서 올해 19%로 높아진 상태여서 삼각동맹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세계 철강가격도 이들 3개 업체의 입김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아르셀로 미탈은 지난해 3ㆍ4분기 미국 철강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감산에 나서면서 가격하락을 방지한 바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르셀로 미탈과의 협력은 일차적으로는 적대적 M&A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협력 강화를 통해 앞으로 아시아에서의 철강 수급과 가격까지 좌우 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적대적 M&A 위협 벗어난다=포스코로서는 이번 협력으로 적대적 M&A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지난해 미탈스틸이 아르셀로를 인수한 후 “포스코를 M&A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측은 줄곧 적대적 M&A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었다. 포스코가 이번에 이런 잠재적인 위협세력을 확실한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됨에 따라 더이상 M&A 불안에 떨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포스코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지난해 이후 두배 이상 급등한데다 아르셀로 미탈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이제 적대적 M&A에 대한 위협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든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한 만큼 발전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성장전략 전환 계기될 듯=포스코가 아르셀로 미탈과의 협력을 통해 제3의 해외 제철소 건설에 나서는 것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철강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예측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장치 산업인 철강산업에서 고로 건설은 대표적인 성장 정책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5년 중국 철강사의 경영권 확보 시도 이후 인도 제철소 추진, 베트남 제철소 프로젝트 등 지난 2년6개월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진출을 노려온 점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연간 설비투자의 2배 이상의 EBITDA(세금ㆍ감가상각비 등 차감 전 영업이익)를 창출하면서도 광양 3, 4기 투자 이후 성장동력 확보와 배당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탈 측 역시 파이넥스 공법으로 전세계 철강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와의 협력으로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또 아르셀로 미탈은 광산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높은 상황에서 인도의 광산 개발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아르셀로 미탈이 공동으로 고로건설에 나설 경우 신기술로 원가 절감 효과와 미탈스틸의 막강한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구택 호(號)가 적대적 M&A 위협에서 빗겨서 재추진하는 성장정책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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