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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기업/포철] 타임머신

그런데 언제 지진이 있었냐는 듯,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건물이 있었다. 포철 출자회사인 포스코개발이 건설한 「은관대하 빌딩」.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철골조 건물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게 된 사건이었다.그 일이 있은 뒤 5년이 지난 지금,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5층 이상의 건축물은 철골조로만 지을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했다. 최근 북극 근처 그린랜드에서 대규모 유정(油井)이 발견되면서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그린랜드 유정 개발에 필요한 송유관용 강재를 누가 수주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극한지용 송유관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한국의 포항제철과 일본의 N사, 중국의 B사 정도. 포철 시장개발팀의 우수한 부장은 출근해 컴퓨터를 켜자 알래스카 사무실에서 긴급 메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린랜드 유정 개발을 맡은 덴마크와 미국의 컨소시엄이 다음 달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미국의 강관제작사와 공동으로 강재를 공급하기 위한 국제 경쟁 입찰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른 메일에는 해당부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기본 의견들이 모여 있다. 기술연구소에서는 지금 알래스카 사무소에서 제시한 강재를 개발하는데는 시베리아 송유관에 공급했던 제품보다 강도가 1.5배 강하고, 황산화물 같은 불순물에 부식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개선해야 하고 망간과 니켈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禹부장이 컴퓨터로 검색한 결과,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에 45일, 안정화까지는 15일 정도가 걸리며 원가가 톤당 560달러다. 현재 비슷한 강재의 국제가격이 톤당 870달러 정도니까, 감가상각비와 해당 간접비를 감안하더라도 850달러까지 협상할 수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수주확률이 100%. 禹부장은 자리에서 긴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갑자기 컴퓨터 화면에 긴급 화상회의 참여하라는 통보가 뜬다. 『웬 회의?』 열띤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눈 앞의 이익보다는 환경에 우선한다는 것. 수익성만 고려하면 열연 강판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기오염 방지효과를 감안할 때 당연히 냉연 강판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장일치로 회의가 끝났고 잠시 해외뉴스를 검색하고 있는데 컴퓨터 화면에 국제전화가 왔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일본 N사의 판매담당부장 다케스로氏였다. 『고맙습니다. 아직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포철에서 양보하는 바람에 저희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강창현기자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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