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포장조합이 결국 중소업체로부터 위임받은 납품단가조정신청권을 꺼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하도급법 개정에 따른 첫 사례여서 중소업계 납품단가협상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16일 "한 중소 골판지포장업체가 의뢰한 납품단가조정신청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17일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중소 골판지포장 대표들이 조합 이사회 멤버인 만큼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골판지포장조합이 납품단가조정신청권을 꺼내든 이유는 골판지포장업체 A사와 상자를 납품받는 군인공제회와의 납품단가협상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들은 7월부터 펄프 가격 급등을 이유로 골판지포장업체들을 대상으로 원지 가격을 18%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A사는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군인공제회는 계약서에 계약기간 중 납품가를 올려줄 수 없다는 문안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A업체의 요구를 거절했다. 골판지포장조합의 한 관계자는 "군인공제회가 주장한 입찰보증서 계약은 법에서 정한 테두리를 벗어난 것으로 이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만약 A사가 계약조건으로 계속 납품한다면 원자재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을 둘러싼 중기와 대기업의 해묵은 갈등임에도 주목을 받는 것은 3자인 협동조합의 납품단가조정신청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납품단가조정신청권을 협동조합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하도급법을 개정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골판지포장조합이 A사를 대신해 군인공제회에 가격조정협상을 신청하면 해당업체는 10일 내로 협상에 나서야 하며 협상이 결렬되면 공정위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조정을 맡게 된다. 골판지포장조합 측은 "납품단가조정을 처음으로 신청하면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지만 을(乙) 입장인 중소업체의 정당한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과에 따라 다른 업계의 납품단가협상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골판지상자 가격 인상에 난색을 보여왔던 CJㆍ대상ㆍLG서브원 등 대기업들은 최근 인상안 자체는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골판지포장 제조사인 T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대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강하게 반대해 납품단가조정신청까지 염두에 뒀으나 이후 대부분 인상 약속을 전해왔다"며 "이번주부터 인상폭과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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