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반면 중국은 경제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양국 간의 부도위험 격차가 6년여 만에 사라졌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과의 부도 위험 격차 역시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부도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달 31일 각각 104bp(1bp=0.01%포인트)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 6월30일 이후 6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양국의 부도위험 격차가 사라진 이유는 유럽 위기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반해 한국 경제는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호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소식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가산금리다. 한국과 중국의 CDS 프리미엄 격차는 2010년 말 27bp(중국 68bp, 한국 95bp)였다가 지난해 말 14bp(중국 147bp, 한국 161bp), 올해 3월 말 10bp(중국 113bp, 한국 123bp), 6월 말 2bp(중국 121bp, 한국 123bp)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격차가 한때 7~8bp로 벌어지기도 했으나 중국의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서 31일 104bp로 수렴했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에 대한 수출 물량이 많은 중국 경제는 최근 들어 주가가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도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반대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외 경제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재정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더블 A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CDS 프리미엄을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2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신용등급 상향 발표 이전에도 한국 채권은 비싼 가격에 거래돼왔으나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우량채로서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됐다. 한국 정부는 다음달부터 사상 최장 만기인 국고채 30년물을 발행하며 채권시장에서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의 신용이 높아지며 일본과 한국의 CDS 프리미엄 격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올해 5월 말 기준 한국과 일본의 CDS 프리미엄은 각각 142bp, 104bp로 격차가 38bp였으나 지난달 말에는 각각 104bp, 85bp로 격차가 19bp까지 줄었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 및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로 하락하면서 한국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A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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