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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1시간 30분 가량 북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산 호세 공항. 다시 자동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자 외관으로 보기에 일반 상점과도 같은 '먼로 파크 테크숍(TechShop Menlo Park)'이 눈에 들어왔다.
'숍'이라고 해서 물건을 파는 곳이라 생각하면 오산. 테크숍은 일반인들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제작 공간과 다양한 공작기계 등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소량의 시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작업장이다. 쉽게 말하면 월 100달러로 75만달러의 최신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렌털 공장이다.
내부로 들어서자 매장면적 1,440㎡인 먼로 파크 테크숍 안에 밀링ㆍ선반ㆍ용접기ㆍ전기톱 등의 범용장비와 함께 전자계측기ㆍ고성능 3D 프린터ㆍ컴퓨터수치제어(CNC) 기계ㆍ워터커터ㆍ레이저커터 등의 전문 장비가 즐비했다. 기계들 옆에선 전문직원들이 사용자에게 기계 작동에 대한 교육이 한창이다.
조 머나드(Joe Menard) 먼로 파크 테크숍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총 15명의 직원 중 8명이 현장에서 기술지도를 하고, 실제 강의를 위해 10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자가 사용방법을 바로 숙지하도록 초기부터 사용법을 철저히 알려준다"며 "만약 사용을 잘못하면 아예 쓰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장비 사용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예 회원자격을 박탈할 정도다. 테크숍 안에는 PC가 비치된 별도의 교육장이 있고, 월 교육강좌만도 100개가 넘는다.
설비시설을 보호하고 사용자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테크숍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한다. 미 5곳의 테크숍 회원은 총3,300여명. 월 회비는 100달러 선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자 짐 뉴튼(Jim Newton)은 과거 개발제품을 만들 장소와 여건이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테크숍을 설립, 창업자들이 '이 곳에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꿈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현재 미국에 5곳의 테크숍이 있으며 올 하반기 5곳, 내년에 10개 지역에 신설되는 등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먼로 파크 테크숍은 가장 먼저 생긴 곳이다.
레이저커터기로 직물을 자르고 있던 한 여성은 "창업자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고가 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있는 유영석 애드게임 대표도 "아침에 아이디어가 생기면 오후에 테크숍에서 만들고 저녁에 쇼핑몰에서 파는 사례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이에 착안, 중소기업청은 제조업 창업 아이템의 시제품 제작 공간과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2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달 말 경기지방중기청에 '시제품제작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송종호 중기청장은 "디자인, 설계, 목업(mock-up)의 단계를 거치는 시제품제작 전 과정을 지도하고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그 동안 아이템을 상품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창업기업의 애로사항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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