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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씨 정몽헌회장에게 150억 요구”
입력2003-06-19 00:00:00
수정
2003.06.19 00:00:00
노원명 기자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8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현대측으로부터 150억원의 뇌물을 받고 현대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권남용)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구속했다.
서울지방법원 최완주(崔完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박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에서 “박 전 실장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으로부터 금강산 카지노, 면세점 설치 허가를 요청 받아오던 2000년 4월 초 사업가 김영완(金永浣ㆍ50)씨를 통해 정 회장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 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실장은 같은 달 중순 정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억원을 건네 받았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실장에게 전달된 CD가 사채시장 등에서 돈세탁 과정을 거쳐 이 전 회장의 친구로 알려진 김영완씨 관련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 박 전 실장이 이 전 회장과 돈세탁을 공모했거나 이 전 회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올해 3월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어 출국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구속집행에 앞서 “150억원 어치 CD를 받았다는 혐의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일부 언론이 400억원 수수를 보도했는데 이는 특검에서 묻지도 않은 내용”이라며 금품수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박 전 실장은 또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대북송금 사실의 사전인지와 관련, “2000년 5월 임동원(林東源) 당시 국정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현대가 대북사업권 확보 대가로 5억 달러를 송금키로 했다`고 보고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은 있으나 송금됐는지 여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까지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종훈(金宗勳) 특검보는 박 전 실장이 현대로부터 400억원을 수수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이 전 회장 등 관계자들로부터 그런 진술을 확보한 사실이 없으며, 특검팀은 현재 150억원에 대해서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원명기자, 이준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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