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업종ㆍ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엔화가치 상승으로 공작기계ㆍ부품소재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자동차ㆍ전자 업계에서는 일본 제품에 비해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핵심 부품을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는 공작기계 업계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업계는 엔고 현상에 따라 수익률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건설장비와 공작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의 일부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재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하고 있다. 특히 엔고의 피해는 중소 제조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 부품소재 업체는 올 들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30%에 이르러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엔고가 심화되면서 적자를 보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대일본 부품소재 수입액은 381억달러로 1,514억달러 가운데 25.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반도체 제조장비, 휴대폰 부품, 자동차 부품 등을 수입하고 있는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전자ㆍ자동차 업체들도 엔고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으로 비용증가가 예상된다. 전자ㆍ자동차 업계는 그러나 일본산 제품과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는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반도체ㆍLCDㆍ조선ㆍ석유화학 업계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실제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계는 최근 엔고로 일본산 일부 모델을 해외에 판매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한국업체 제품에는 가격경쟁력이 보태진 셈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에 부품을 많이 수출한다고 해서 엔고가 꼭 한국 업체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전자기기ㆍ자동차 등은 국내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보다 잘 팔리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들도 엔고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열연ㆍ냉연 등 국내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대일 수출이 늘고 있다. 포스코의 수출 비중이 줄곧 35% 정도였으나 올 3ㆍ4분기 40% 선으로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산업계에서 엔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적극적인 대일수출 마케팅을 전개해 자동차ㆍ전기전자ㆍ기계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일본기업의 부품 아웃소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수요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성환 KOTRA 일본팀 팀장은 "최근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 기업들이 생산거점 해외이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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