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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그후 10년] (3부-3) 시한폭탄 연금개혁 ■ '외환위기 그후 10년' 최후의 보루, 재정이 흔들린다재정고갈 시점 늦추기 급급 '땜질처방' 만국민연금 부채 현 제도론 年 30兆 쌓일듯정부案 따르더라도 2~3차례 더 수술 필요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공무원 연금에 대한 개혁논의가 본격화되자 지난 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총액인건비제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걸고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관련기사 '외환위기 그후 10년' 시리즈 전체보기 공기업 부채, 얼마나 되나?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03년 6월 프랑스는 마비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저항하는 공공부문 노동자 100만 명이 파업을 벌이면서 열차ㆍ버스ㆍ항공기 등의 운행은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재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증폭되기는 프랑스만이 아니다. 90년대말 이후 서유럽, 중남미 등에서 격렬한 노사 분규의 대부분은 노동조건 개선이 아니라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해당 국가의 정부로서는 재정을 고갈시키는 연금개혁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반면 근로자로서는 그만큼 노후 불안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금 문제는 세대간 갈등도 증폭시키고 있다. 2005년 프랑스에서는 “우리(자식 세대)는 당신들(부모 세대)이 진 빚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청년단체가 나왔을 정도다. 지난 2006년 3월 150만여명이 합세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폭력 시위도 발화점은 ‘최초고용계약(CPEㆍ26세 미만 노동자를 채용 2년 이내에 자유롭게 해고하는 제도) 도입’이었지만 근본 배경은 연금 제도에 대한 젊은층의 반발이었다. 우리나라도 수혜자가 더 많아지기 전에 연금 개혁을 서둘지 않으면 노사간, 세대간의 사회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도 서둘렀던 연금개혁의 작업은 어느 정도 시기를 놓친 것은 사실이다”며 “재정안정화 작업과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 받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연금의 구조조정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선진국 공통의 문제다. 빨라지는 고령화 사회, 잘못 설계된 연금제도가 국가 재정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연금개혁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방향은 재정의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금수령 가능 연령을 늦추고 수령 액수를 낮추는 방식이다. 먼저 이민 인구 유입으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느린 미국이지만 연금 구조조정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미국은 지난 83년에 연금제도를 대폭 수술, 조기 퇴직 때 62세부터 완전연금의 80%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70%로 낮췄다. 벨기에는 완전 연금수령이 가능한 퇴직연령을 58세에서 60세로 높였고, 영국은 남 65세,여 60세인 연금 수령 연령을 68세로 올리기로 했다. 국민연금 지급시기를 늦추니 가급적 그때까지는 일하라는 의미다. 스웨덴의 경우 똑같이 받는 기초연금에 소득비례연금을 추가해 지급했지만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실이 우려되자 ‘최저연금을 보장하되 낸 만큼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아울러 세계최초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선 초고령 국가인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4년 연금개혁을 단행한 일본은 사회보장연금 가입자 감소율과 65세 시점에서의 기대수명의 증가율을 감안해 연금 지불액을 감액한 뒤 몇 년 뒤 또는 몇 십 년 뒤 연금재정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다시 원래의 연금을 지불한다는 방안을 내 놓았다. ◇공무원도 끝내길 바라는 ‘폭탄 돌리기’= “폭탄 돌리기는 끝났으면 했는데….” 지난달 말 국회 법사위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로 그치자 한 공무원은 이렇게 되뇌었다. 그는 기자에게 “공무원 연금개혁이 후퇴하고 있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속내를 밝힌 이유는 뭘까. 시한폭탄처럼 다가오는 재정 압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국민연금 부채가 하루 800억, 연간 30조원씩 쌓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현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 연금부채는 1,883조원에 달하고, 2040년대 초반쯤 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현행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이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근로자가 은퇴할 무렵인 2043년 재원이 다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정부가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방안을 따른다 해도 국민연금은 2065년이면 고갈돼 정부 재정에 크나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2003년10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먼지만 쌓인 채 3년 반째 표류 중일 뿐더러 안은 되려 후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급급한 연금개혁=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화를 위해 현행 평균소득액의 60%인 연금 급여를 2008년부터 50%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또 보험료율은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 포인트씩 높여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개정안도 재정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다. 재정 고갈 예상 시점이 당초 2040년에서 2065년으로 늦춰졌을 뿐이다. 20여년 연장된 시한부 생명인 만큼, 개혁안은 또 나와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의 간사위원을 맡고 있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연금급여를 평균소득자 기준 현재의 60%에서 40%로 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당정협의에서 50%까지 밖에 내려오지 않았고 보험료율 역시 15.9%로 제안했지만 12.9%에서 멈췄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도 “정부의 개정안으로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화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5년 뒤에 한 번 더 개혁해야 되고 이런 식이라면 또 5년 뒤에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개혁이라기보다 계수조정을 통한 점진적인 제도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놓고서는 정부도 정치권처럼 개혁에 뒷짐을 지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2035년이면 적자 추정액이 20조원에 달하는 공무원 연금개혁안은 KDI가 제시한 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보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개혁의 모멘텀이 줄어들고 있다”며 행정자치부를 성토할 정도다. ◇‘재정안정ㆍ사각지대해소’ 동시에 진행돼야= 전문가들은 연금개정의 시기가 이미 한 발 늦었다고 보고 있다. 늦은 만큼 ‘재정안정화’와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내 놓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상균 교수는 “유럽과 일본 등 연금개혁이 우리보다 한 발 빠른 외국들을 보면 이미 1차 재정안정화 개혁을 마치고 2차 개혁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그러나 우리의 경우 3년 정도 연금개혁안이 늦춰진 만큼 재정안정과 사각지대 해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마련 된 기초노령연금처럼 젊은 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개혁방안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부터 7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기초노령연금은 당초 노령인구의 40%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당정 협의과정에서 65%로 상향조정 되기도 했다. 앞으로 2~3차례의 연금 개혁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불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무원 연금 등에 대한 개혁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하 교수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개혁이 더딘 만큼 국민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 2~3차례의 연금개혁을 더 단행하는 식의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3/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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