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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외국인력 정책
입력2003-03-17 00:00:00
수정
2003.03.17 00:00:00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불법체류자 뿐만 아니라 이들을 쓰는 영세기업들도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인력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합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의 강제출국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불법체류자들과 이들을 쓰는 기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불법체류 문제가 일이년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뚜렷한 방향도 없이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운영돼 온데 원인이 있다.
정부는 그 동안 말썽 많은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집하는 바람에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데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처도 무원칙하게 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불법체류자 급증에 따른 테러발생이 우려되자 3월부터 5월까지 자진신고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올 3월까지 1년간 출국기간을 연장해줬다.
또 출국시한을 두 달 앞둔 올 1월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부족을 호소하자 자진신고자 25만6,000명 가운데 3년 미만 체류자 10만7,000명에 대해 신고를 받아 원하는 사람에 한해 체류기간을 또다시 연장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당장 이달말로 출국시한이 끝난 후 강제출국대상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진출국 대상자 25만6,000명 중 신고를 거쳐 출국이 유예된 8만1,000명과 이미 출국한 1만7,000명을 제외한 15만여명은 모두 출국대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원칙속에 다음달부터 자진출국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불법체류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단속을 피해 잠적한 상태여서 출국유도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조선족교회가 국내 체류 4년 이상된 중국동포 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불과 19명만이 출국하겠다고 밝힌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 동안 줄기차게 외국인력에 대한 고용허가제 도입을 주장해 왔던 노동부는 법안이 현재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계류된 상태여서 국회쪽만 바라보고 있다.
불법체류자 강제송환 방침 발표와 출국유예라는 푸닥거리를 언제까지나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외국인고용허가제 조기 도입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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