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르 아빌라(35ㆍ사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SR) 석학연구원은 18일 서울 COEX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순수 수학에 정부가 투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빌라 연구원은 현재 프랑스에 귀화했지만 브라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박사 학위 과정까지 마쳤다. 브라질 국립 순수응용수학원(IMPA)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ㆍ유럽ㆍ일본 학위자가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배출한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필즈상 수상으로 브라질 수학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브라질은 수학 분야에서 이런 큰 상을 받은 경험이 없었는데 나의 수상 경험이 4년 뒤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나의 존재로 인해 브라질 수학계의 시각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도국 박사 최초 필즈상 수상자로서 유학을 하지 않고 브라질에서 학위를 딴 배경에 대해서는 특히 IMPA의 열린 교육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통해 IMPA를 알게 됐고 유명한 수학자가 많으니 그곳에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때는 내 경력을 위한 전략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 유명 대학에 갔다면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돌이켜 보면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며 "IMPA에는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과정이 있어 이를 수강했고 자기 학업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3년 연구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것에 관해서는 "프랑스의 여러 분야 가운데 특히 수학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빌라 연구원은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특히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참가를 꼽았다. 그 전까지는 각종 과학에도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올림피아드 참가로 자신의 진로를 수학으로 완전히 굳혔다는 것. 그는 16세 때는 1995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올림피아드 참가를 준비하면서 수학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빠른 학업 속도가 사회성·정체성 형성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사회성을 기르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수학에 몰입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커 나가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서 큰 문제는 안 됐다"고 설명했다.
아빌라 연구원은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며 "현재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 설명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 지금은 거의 혼자 연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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