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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 계좌가 되레 사고 진원지?
입력2009-07-15 17:26:58
수정
2009.07.15 17:26:58
관리허술로 횡령·유용 잇달아 구조조정 걸림돌 우려
일부 법정관리ㆍ워크아웃 기업들이 자금결제 사고를 막기 위해 이용해온 일명 에스크로 계좌(특정금전신탁)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터져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스크로 계좌는 금융거래 당사자들이 자금유용 등의 금융사고를 막고 채권을 보존하기 위해 제3의 기관에 관리를 맡기는 신탁계정의 일종이지만 최근 수탁자와 위탁기관 등의 허술한 관리로 오히려 ‘금융사고의 진원지’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복병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동아건설 간부의 자금횡령 사건 대상은 약 2년 전 법정관리에서 회생할 당시 채권자 간 분배내역이 확정되지 않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던 돈으로 이를 관리했던 은행과 해당 건설사의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계좌 관리를 맡았던 은행은 횡령간부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오가는 금융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관련 서류를 퀵서비스로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은행은 에스크로 계좌 개설시 특약을 통해 자금지급 내역을 포함한 계좌운용 내역을 해당 건설사에 통보해주기로 했음에도 1년6개월이 넘도록 해당 내역을 한번도 통보하지 않았으며 해당 건설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계좌 관리은행과 채무기업 모두 ‘남(채권단)의 돈’을 관리하는 데 무신경했던 것이다.
특히 동아건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해당 간부가 사기도박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에 올랐음을 인지하고도 최근까지 자금담당 보직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져 자금담당자에 대한 내부 감사가 소홀했음을 드러냈다.
앞서 상반기 워크아웃을 모색하다 실패한 한 중견 조선사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선사는 여러 척의 선박 건조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따낸 뒤 각각의 계약에 대해 약 20%씩의 선수금을 받았으나 해당 자금을 계약 선박건조에만 쓰지 않고 다른 선박 건조와 자재ㆍ시설 확보 및 기업 운전자금 등으로 유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해당 선수금이 예치되는 에스크로 계좌 관리를 위탁 받은 보험사가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해당 보험사는 은행 등 채권단이 대신 지불한 선주 피해보상금을 보전해주지 않고 오히려 선주를 대상으로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걸어 1~2년가량 시간을 벌게 됐다. 이에 따라 채권 은행들은 해당 조선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 워크아웃이 사실상 불발되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됐다.
이처럼 에스크로 계좌 관리를 둘러싸고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시스템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등 민간기관이 모니터 기능을 강화해 부실계좌 관리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는 한편 계좌 자금지급 관련 서류 등의 요건 및 결제라인을 한층 강화해 공모나 실수에 의한 자금횡령ㆍ유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당국 역시 기업들이 이해관계가 첨예한 자금관리에 이용하고 있는 에스크로 계좌 관리 실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표준약관 및 관계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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