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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덫에 걸린 美
입력2003-10-12 00:00:00
수정
2003.10.12 00:00:00
윤혜경 기자
미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에 적극 나서는 등 반(反) 세계화 세력의 주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미국 내 일자리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자 최근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이 미 의회와 백악관 등에 FTA 체결 반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는 과거 미국이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얻을 것으로 보고 자유무역 확대에 앞장서 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높은 기술력과 영어 구사 능력 등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인도, 중국 등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미국의 경기 침체로 생산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급격히 늘자 새로운 `반세계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실제 최근 미국 내 전문직의 해외 이전은 급증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년간 미국의 정보기술 인력 중 20만개의 일자리 수가 해외로 빠져 나갔으며 현지 중개업자를 통한 아웃소싱 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문직 노동자들은 최근 자신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세력을 결집,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커네티컷주의 노동자들과 관리자들이 결성한 `TORAW(미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기구)`는 특히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 단체는 결성된 지 9개월 만에 23개 주에 걸쳐 180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두 제조업체 노동자들이 결성한 `SAM(미국의 제조업을 구하라)`은 중국의 무역관행에 집중적인 공격을 가하는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정치권 로비가 점점 활발해 지면서 워싱턴 정가 역시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 백악관이 중국에 대해 통화 절상 압력을 가하게 된 데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국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최근 미국이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이들 이익단체의 압력으로 FTA 체결 반대표를 던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또 최근 미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으로부터 취업 비자 발급 법안 강화를 위한 지지를 얻어냈다. 이밖에도 외국인 고용자들의 미국 내 체류기간 단축을 위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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