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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 설치로 "재벌처럼 경영"

■농협 조직개편안 살펴보니<br>8조 통치자금 좌지우지해 단위농협 위에 군림<br>회장 권한 약화 정부 방침과 충돌 불가피할듯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는 내년 3월 예정된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조직개편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농협 노조가 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하며 이사회 개최를 저지했지만 물리적 충돌 끝에 원안대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40여명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노조 측이 반대한 이유는 정부지원금 부족과 집행부의 일방적인 직원 배치였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 외에도 농협 회장의 제왕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게 농협 안팎의 분석이다. 농협 이사회가 진통 끝에 강행처리한 조직개편안은 사주가 수십개의 계열사를 제왕적으로 통치하는 '재벌'의 비서실 조직을 연상하게 한다. 농협 중앙회장 산하 조직의 명칭부터가 그렇다. 대표적인 게 전략기획실이다. 대기업 사주가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의 경영을 감시하는 비서실의 명칭으로 자주 사용되는 게 전략기획실이다. 실제 조직개편안에도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농협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 수립과 관리ㆍ감독"이라고 명시했다. 농협회장이 사업구조개편으로 출범하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경영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가 자회사격인 경제지주와 금융지주의 경영을 감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에서 그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보인다"며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독립성 강화라는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이나 협동조합이라는 중앙회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회원지원조합본부다. 이곳은 농협 회장의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무이자자금'의 운용을 맡는 조직이라는 게 농협 직원들의 해석이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도 8조원에 달하는 무이자자금을 농협 회장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가 조직개편안에 숨어있다는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과거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농협회장을 비상근 명예직으로 바꾼 것은 회장이 농협의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충실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였다"며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사업구조개편과 관계없이 회장의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협중앙회가 일선 단위조합에 배분하는 무이자자금은 조합 사업자금이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중앙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원천으로 지목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는 농협의 이번 조직개편안에도 불구하고 농협 회장의 통치자금에 대한 권한을 약화시킨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농협과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정부보조금(4조원)과 함께 체결하는 양해각서(MOU)에 무이자자금(8조원)의 운용내역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무이자자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조합상호지원자금(4조원) 운용을 경제지주에 넘기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상호지원자금은 단위조합의 농축산업 관련 사업지원금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경제지주가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3월에 사업구조개편이 완료되는 만큼 올해 안에는 농협의 정관 변경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며 "정관에 무이자자금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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