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 허가 있었어도 문화재 훼손 가능성 커” 골프연습장 사용 불허

관할 행정관청의 말을 믿고서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王陵群)인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인근에 골프연습장을 건립했던 건설업자가 관련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건립비용 70억원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

이번 판결은 문화재 보존이라는 공익이 앞선다면 행정관청의 명백한 잘못에 기인한다 해도 개인은 `억울한`재산권 침해를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법원이 환경과 문화재 보존 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서기석 부장판사)는 14일 동구릉 옆에 골프연습장을 지은 충일건설이 `행정관청이 내준 허가대로 건축했는데도 문화재청의 반대를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구리시를 상대로 낸 위반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허가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건축관계 법령을 위반한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허가대로 완공된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공익과 비교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이 부득이할 경우 건축허가는 물론 사용승인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충일건설은 지난 99년 12월과 2000년 7월 동구릉 외곽경계 86m 지점에 골프연습장을 건립하는 건축허가를 구리시로부터 두 차례 받아 70억원을 들여 지상 4층짜리 골프연습장을 지었으나 문화재청이 뒤늦게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연습장 철거를 주장하는 바람에 사용승인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동구릉은 1408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능이 조성된 이래 60여만평의 대지 위에 9기의 왕릉을 비롯해 모두 17기의 능이 조성된 풍수지리의 교과서와 같은 곳으로 봉분양식 및 배치 등 조선시대 문화양식이 집대성된 왕릉군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수문기자 [e-mail]>